현수막도 청바지도 장바구니로 재탄생

  • 입력 2009년 6월 30일 02시 56분


신세계 에코 백 공모전
최종심사 현장 열기

신세계는 올해 ‘착한 일’을 벌였다. 지구를 구하는 가장 쉬운 실천을 ‘장바구니 사용’으로 정하고 ‘제1회 신세계 에코 백 디자인 공모전’을 열었다.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14일까지 전국 7개 신세계백화점과 122개 이마트에 1400여 점이 접수됐다.

25일 서울 중구 충무로1가 신세계백화점 본점에서 진행된 이 공모전의 최종 심사 현장을 살펴봤다. 패션 디자이너 진태옥 하상백 씨, 류근종 서울종합예술학교 패션예술학부 교수, 구희숙 서울환경운동연합 공동의장 등이 심사위원으로 이 자리에 모였다.

○ 철사와 폐현수막으로 ‘아름답게’ 환생한 에코 백

출품작들은 참신한 아이디어가 빛났다. 싸구려 철사 옷걸이로 만든 가방, 버려진 비디오테이프 필름을 엮은 가방, 장바구니를 주름 잡아 지퍼 속에 넣으면 허리춤 색(sack)으로 변신하는 가방, 마트 카트에 넣을 100원짜리 동전을 잊지 않고 수납하게 한 가방….

국내 원로 디자이너인 진 씨는 광목천으로 셔츠 모양을 만들어낸 에코 백에 가장 후한 점수를 줬다. “다른 가방 속에 넣어 다니기도 쉽고, 빨아 쓰기도 편하고, 게다가 입체적인 디자인이 주제를 정확하게 표현하고 있네요.”

다른 의견들도 맞섰다. “실용성이 떨어져요. 수납이 편하면서 정성스러운 손 자수가 놓여진 이 가방은 어떨까요”(구 의장), “낡은 청바지로 만든 가방에 상을 줍시다. 집집마다 안 입는 옷으로 가방을 만들면 1000만 개도 더 나올 걸요”(류 교수)…. 신세대 디자이너인 하 씨는 폐현수막과 펠트지를 활용한 가방을 주목했다. 폐현수막으로 10여 년 동안 친환경 패션쇼를 열어왔던 류 교수도 “현수막 패션은 쓰레기를 생산하지 않으면서도 색상과 텍스트가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를 반영한다”고 거들었다.

○ ‘에코 백 패션시대’ 열릴 듯

이번 심사 기준은 △환경 사랑 실천을 유도할 수 있는 ‘주제의 이해도’(30%) △사용하기에 편한 ‘실용성’(30%) △고객에게 감성 만족을 줄 수 있는 ‘디자인’(30%) △창의적인 ‘구성 및 표현’(10%) 등이었다. 심사위원들은 “소비자들이 이토록 환경에 관심을 갖고 있는 줄 미처 몰랐다”며 “여자들이 핸드백을 여럿 갖추듯 에코 백도 종류별로 드는 ‘에코 백 패션시대’가 곧 올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심사위원들은 최종 논의를 거쳐 네 작품 중 하나를 대상 수상작으로 결정했다. 대상 수상자에게 300만 원어치 신세계 상품권을 주는 이번 공모전의 심사 결과는 다음 달 6일 신세계 홈페이지(shinsegae.com)에 공지될 예정이다.

올해 경영방침을 ‘그린 신세계, 클린 컴퍼니’로 정한 신세계는 다음 달 2일부터 전국 25개 주요 점포에서 환경오염 물질인 비닐 쇼핑백을 아예 없앤다.

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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