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금융위기의 아픔을 딛고 올해 상반기 증시는 지난해 저점 대비 50% 가까이 상승했다. 그러나 가파르게 상승한 지수가 4월 중순 이후 두 달째 1,350∼1,450에 머무르면서 하반기에는 지루한 등락을 끝내고 상승할지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각 증권사는 최근 하반기 증시 전망을 속속 내놓으며 증시가 소폭 상승할 것으로 조심스레 전망하면서 경기 회복 형태와 하반기 국내 기업들의 실적에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하반기 증시를 주도할 종목으로는 정보기술(IT) 업종과 자동차 업종을 꼽았다.
경기 회복 시점이 하반기 증시 상승 판가름
각 증권사는 하반기 주가의 방향을 결정짓는 요소로 무엇보다 경기 회복 시점을 꼽았다. 미래에셋증권 황상연 리서치센터장은 “실물 경기의 하반기 회복 속도에 따라 상반기 증시의 반등세가 단순히 정책 효과에 그칠지 추세적으로 반등할 수 있을지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동양종금증권과 교보증권은 수출과 내수 경기가 빠르게 회복되며 ‘V 자’형 경기 회복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했다. 반면 삼성증권은 올해 3분기(7∼9월)에 기업의 도산이 늘어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기 때문에 ‘더블 딥(double-dip)’ 형태의 경기 흐름이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회복 형태에 관계없이 경기가 올해 상반기 최악의 상황을 벗어났기 때문에 하반기 주가가 올해 상반기 저점 아래로 떨어질 가능성은 적다는 것이 증권사들의 공통적 의견이었다.
7월 중순으로 다가온 기업의 2분기(4∼6월) 실적도 대부분 증권사에서는 긍정적으로 전망하고 있지만 호전된 실적이 증시 상승으로 연결될지는 미지수다. 기업 실적이 숫자로 확인되면 증시가 상승 추세로 전환할 것이라는 의견도 있지만 반대 의견도 있다. 신영증권 김세중 투자전략팀장은 “2분기 실적 호전은 이미 주가에 반영이 돼 있기 때문에 오히려 원자재 가격 상승 등이 반영되는 3분기 실적에 대한 불안감이 2분기 실적 발표 이후 증시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고 말했다.
○ IT·자동차 하반기 주도주 될까
하반기 증시를 경기와 실적이 좌우하게 되면 경기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실적 개선이 기대되는 IT, 자동차 업종이 증시 상승을 주도할 것으로 전망됐다. IT 섹터는 국내 증시의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 증시에 미치는 영향이 큰데 삼성전자와 LG전자, LG디스플레이 등 주요 IT 기업의 올해 2분기 실적이 1분기와 비교해 급격히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반도체, 액정표시장치(LCD) 등 주요 제품의 업황이 개선돼 가격이 오르고 중국 시장에서 수요가 늘 것으로 예상되는 것도 IT 업종의 하반기 호재로 꼽혔다.
자동차 업종과 관련 부품산업 역시 미국 시장의 자동차 산업 개편 등 대외적 변수들이 긍정적으로 작용해 하반기 상승 가능성이 클 것으로 전망됐다.
올해 상반기 정부 정책의 수혜를 입고 상승세를 이끌었던 녹색 테마주의 상승세도 하반기에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SK증권 원종혁 연구원은 “정책 관련 테마주에 버블 논란이 있지만 정부 정책이 집중되는 신재생 에너지 및 에너지 효율화 관련 업종은 각 국가들이 공통적으로 관심을 가지는 문제이기 때문에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