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논평: 대운하 포기선언 그렇게 힘들었나
이명박 대통령이 어제 라디오연설을 통해 한반도 대운하 건설에 대해 "내 임기 내에는 추진하지 않겠다"고 말했습니다. 이로써 지난 2년간 갈등의 진원지로 국론을 분열시켰던 대운하 추진론은 마침내 종지부를 찍게 되었습니다.
한반도 대운하는 2007년 5월 29일 한나라당 대선예비후보 정책토론회에서 이 후보가 대선공약으로 내놓은 이래 격렬한 논란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물부족 시대 체계적인 수자원 관리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대체로 공감을 얻은 반면 3면이 바다인 반도 국가에서 굳이 내륙운하가 필요한가에 대한 문제제기를 비롯한 논란은 끝이 없었습니다. 21세기 성장 동력을 토목공사에서밖에 찾을 수 없는 건설회사 CEO 출신 이 대통령의 한계를 보여준다는 비판도 있었습니다.
이런 반대논거가 설득력이 있고 지난해 촛불시위로 대운하 추진동력을 잃어버리자 정부는 대운하를 접고 수자원 확보, 홍수방지, 수질개선과 생태복원을 골자로 하는 4대강 살리기 사업으로 방향을 틀었습니다.
하지만 대통령의 뜨뜻미지근한 태도는 4대강 살리기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쳤습니다. 환경단체와 야당들은 4대강 살리기 사업이 '위장된 대운하'가 아니냐는 의혹의 시선을 거두지 않았습니다. 낙동강 전 구간에 걸쳐 상당한 폭과 깊이로 준설을 하겠다는 계획이나 4월 중간발표 때 14조원이던 사업비가 6월 마스터플랜에서는 22조원으로 늘어난 것도 오해를 살만한 일이었습니다.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을 비롯한 정부 관계자들은 "4대강 사업은 대운하가 아니다"고 여러 번 강조했지만 말발이 먹히지 않았습니다. 이 대통령의 침묵은 상황이 바뀌면 대운하를 추진하겠다는 뜻으로 읽혔던 것입니다.
대통령의 대운하 포기발언은 대운하에 대한 집착이 4대강 살리기 사업마저 어렵게 할 것이라는 판단에서 나온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로 이 대통령은 대운하에 대한 믿음이 여전하지만 국민이 원하지 않기 때문에 포기한다고 말했습니다. 대운하 논란을 끝났지만 진즉 대통령의 신념이 아닌 국민에게 포커스를 맞췄다면 국론분열에 따른 사회적 낭비를 줄일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없지 않습니다.
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