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증시의 장기 전망은 긍정적이지만 단기간에 40%까지 붕괴할 가능성이 있다.”
비관론을 주장해 ‘닥터 둠(Dr. Doom)’으로 유명한 마크 파버 박사(사진)는 30일 서울 중구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제3회 한국 기관투자포럼 기조연설에서 최근 한국 증시가 지난해 말에 비해 지나치게 올랐다며 6개월 내에 증시가 조정을 받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파버 박사는 1987년 미국의 ‘블랙 먼데이’와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를 예견해 유명해진 대표적인 비관론자다. 그는 “증시가 이미 연초에 크게 반등했고 금융위기 이후 한국 증시의 변동성이 커졌기 때문에 조정을 받을 여지가 크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금융위기 이후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취한 통화팽창 정책에 대해서는 “초(超)인플레이션을 겪고 있는 짐바브웨가 FRB 통화 정책의 멘터로 보일 정도”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파버 박사는 “앨런 그린스펀과 벤 버냉키 FRB 의장의 저금리 정책으로 주식에서 부동산, 미술품에 이르기까지 모든 분야에 걸쳐 거품이 생겼다”고 말했다. 그는 “달러를 마구 찍어내 빚을 갚고 통화량을 늘릴 수는 있지만 이 돈이 경제성장으로 이어지기보다 오히려 인플레이션을 유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파버 박사는 미국 정부의 이러한 저금리 기조와 과도한 국채 발행으로 5∼10년 내에 물가가 수십 배 치솟아 통제가 불가능해지는 초인플레이션 시대가 올 수 있다고 수차례 주장해왔다.
그는 향후 찾아올 인플레이션을 감안하면 현금을 보유하는 것보다 금과 은, 곡물에 투자하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또 단기적으로 조정을 받을 가능성도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한국을 비롯한 신흥 시장에 투자하는 것도 인플레이션을 감안한 투자법이라고 설명했다. 파버 박사는 “신흥 국가의 자동차 판매가 선진국 판매량을 능가하는 시대가 됐다”며 “현재 아시아 신흥 증시의 주가 수준이 20년 전과 같다는 것을 고려하면 조정기가 찾아왔을 때 주식에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