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르는 공기업
‘선진화 방안’따라 구조조정
○ 고민하는 中企
60% 이상 “해고 방침”…정규직 전환 않고 선별구제
○ 느긋한 대기업
대부분 무기한 계약직 전환
1일 시행된 비정규직 보호법을 두고 대기업과 중소기업, 공기업의 반응과 대처 방안이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 법이 시행되기 전 2년 동안 준비해온 대기업들은 별다른 동요가 없는 반면 상당수 공기업은 정부의 비용 절감 정책에 따라 비정규직 근로자를 해고하고 있다. 중소기업들은 숙련된 근로자를 찾기 어렵지만 비정규직 근로자의 정규직 전환도 부담스럽다는 이유로 비정규직 근로자를 정규직 전환 없이 계속 고용하는 ‘편법’을 쓰거나 어쩔 수 없이 해고하는 등 혼란스러운 모습이다.
○ 대기업, 정규직-무기계약직 전환
대기업은 혼란이 비교적 적은 편이다. 비정규직 근로자가 많았던 대형마트, 백화점 등 유통업계는 이미 2007년 7월부터 기간제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거나 계약기간을 명시하지 않는 무기계약을 맺어 대량 해고 사태를 비켜갔다. 신세계는 2007년 8월 5000여 명의 비정규직 직원들을 모두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홈플러스와 롯데마트는 ‘근로자가 퇴사할 의사가 없으면 계속 고용’하는 무기한 계약으로 고용을 보장했다. 홈플러스는 2007년 7월부터 현재까지 약 4000명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했다. 나머지 비정규직들도 1년 6개월∼2년의 근무기간이 지나면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롯데마트도 비슷한 시기에 500여 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4720명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했다.
삼성그룹, 현대·기아자동차그룹 등 다른 대기업에서도 대량 해고 사태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삼성전자 등 주요 제조업체들은 분사해 인력을 공급받는 방식으로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해 왔다”고 말했다.
○ 중소기업 ‘사정에 따라…’
중소기업의 대처법은 상황에 따라 다르다. 서울 마포구의 한 중소기업은 근무 기간이 만료된 비정규직 근로자에게 “당분간 출근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정규직 전환을 하지 않는 대신 ‘문제가 되기 전까지는 계속 고용한다’는 방침이다.
반면 상당수 중소기업은 법안 시행과 함께 근로기간이 만료된 비정규직 근로자를 해고하겠다는 입장이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일부 중소기업들을 대상으로 비정규직 근로자의 해고 의사를 타진한 결과 60% 이상의 기업이 해고 방침을 밝혀 왔다”고 설명했다.
‘선별적 해고’도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숙련 근로자 등 회사에 꼭 필요한 인원만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나머지는 해고하는 방식이다. 중기중앙회 관계자는 “선별 해고를 고려한다고 밝힌 기업주들도 많다”며 “같은 직장이라도 비정규직 근로자의 희비가 엇갈릴 것”이라고 말했다. 비정규직을 고용하는 회사 가운데는 영세 사업장이 많아 당국이 중소기업에 대해 정확한 실태 파악을 하는 데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 공기업, 대량해고 사태 불가피
공기업에서는 ‘공공연한 대량해고’가 나타나고 있다. 대한주택공사, 한국토지공사, 한국도로공사 등은 정부의 ‘선진화 방안’에 따라 구조조정을 지속적으로 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할 수 없다는 방침이다.
지난달 말 31명을 해고한 주택공사는 연말까지 모두 252명을 추가 해고하기로 했다. 토지공사와 도로공사도 인원에 차이가 있을 뿐 사정은 비슷하다. 보훈병원, 산재의료원 등 보건의료 분야에서도 비정규직의 대량 해고가 일어나고 있다.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 소속 보훈병원 5곳은 23명의 비정규직 근로자에 대해 이미 지난달 초 해고 통지를 했다. 산재의료원은 지난달 30일 28명을 해고했다. 김유진 보건의료노조 선전국장은 “비정규직 근로자에 대해 ‘퇴사 후 재고용’을 하는 병원도 없지 않지만 대부분 해고 통보를 했다”고 말했다.
주성원 기자 swon@donga.com
김현지 기자 nuk@donga.com
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