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전망대]회생과 공멸사이, 쌍용차 해법은…

  • 입력 2009년 7월 6일 02시 57분


기자도 월급쟁이다. 구조조정으로 해고된 쌍용자동차 근로자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지 않은 월급쟁이가 있을까.

저축해 놓은 것도 별로 없는데 당장 갚아야 하는 주택대출금과 자녀들의 학원비, 다른 직업을 가질 기회도 잡기 힘든 현실을 생각하면 하늘이 무너지는 심정일 게다. 한편으로 회사에 대한 배신감도 생겨날 것이 분명하다.

회사에서 시키는 대로 열심히 자동차를 조립하며 일했을 뿐이고, 특별히 게으르거나 잘못한 일도 없는데 이제 와서 나가라니….

특히 ‘회사가 경영을 잘못해놓고서는 책임을 우리에게 돌린다’거나 ‘나보다 더 열심히 일하지 않은 동료는 살아남았다’는 생각에 이르면 분노는 극에 달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쌍용차 해고 근로자들의 집단행동이 한편으로는 이해가 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에게 ‘이제는 할 만큼 했으니 노여움을 가라앉히고 떠날 때가 됐다’고 말하고 싶다.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다”며 기자와 비슷한 생각을 하는 다른 월급쟁이도 적지 않을 게다. 왜일까. 조금만 이성적으로 생각하면 그들이 하루라도 빨리 회사를 떠나줘야 남은 동료와 회사가 회생할 수 있는 가능성이 생기고, 결국 해고된 근로자들이 복직하는 길도 열린다는 결론에 이르기 때문이다. 그 반대편에는 공멸하는 길이 있을 뿐이다.

김문수 경기지사는 2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북악포럼 특강에서 “쌍용차가 자살하려고 한다”고까지 표현했다. 대수술을 앞두고 중환자실에서 인공호흡기에 겨우 생명을 의지하고 있는 환자가 수술을 하지 않겠다고 떼를 쓰는 것은 곧 자살하겠다는 것과 마찬가지일 것이다. 쌍용차는 구조조정에 성공해도 회생한다는 보장이 없는 처지다. 현재 판매하는 차종은 국내외에서 인기가 없고, 세계적으로 자동차업계가 구조조정을 하고 있어 쌍용차를 사들이려는 기업이 금방 나타나기는 힘들다고 자동차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정부의 태도만 봐도 쌍용차의 처지를 감지할 수 있다. 쌍용차가 회생 가능성이 높고 한국경제에 핵심적인 사업장이었다면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해 정치적인 부담이 되더라도 벌써 공권력을 투입했을 것이라 짐작된다. 뒤집어 말하면 정부는 쌍용차가 스스로 이번 사태를 해결하지 못하면 시장논리에 맡기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지식경제부는 올해 초 작성한 내부보고서에서 쌍용차를 자동차업계의 구조조정 대상으로 봤다.

쌍용차는 이미 파산상태를 넘어선 것으로 보인다. 비공식회계감사 보고서에 따르면 쌍용차는 공장이 멈춰선 뒤 하루에 수십억 원씩 손실이 발생해서 이미 회생가치가 없는 것으로 나왔다. 지금 당장 공장을 가동한다고 해도 법원과 채권단에서 청산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의미다. 한 번 떠난 소비자들의 마음도 돌이키기 쉽지 않다.

이런 정황을 종합해보면 쌍용차 해고 근로자에게 다른 선택권은 없다. 살아남은 임직원들이 최선을 다해 회사를 되살리도록 조용히 퇴장해주는 것이다. 그것이 스스로를 위한 길이기도 하다. 그 대신 회사는 신규 채용 시 해고 근로자를 우선 채용하는 성의를 보여야 한다. 한때의 분노나 일부의 선동에 휘둘리다 보면 결국 돌아갈 곳은 영원히 사라지고 만다.

석동빈 산업부 차장 mobid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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