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좋은 직장 만들기]고객을 왕처럼? 직원을 왕처럼!

  • 입력 2009년 7월 9일 03시 00분


직원을 섬겨야 고객도 몰린다

휴잇어소시엇츠가 조사한 ‘2009 한국 최고의 직장 연구’는 학자들이 예측하지 못하는 현장의 지혜 하나를 발견했다. 사람들은 우수한 경영성과를 낸 최고의 직장이 고객만족을 최우선으로 여길 것이라 생각하지만 현실은 그와 다르다는 것이다.

최고의 직장을 만든 최고경영자(CEO) 가운데 50%가 향후 1년간 최우선 경영과제로 직원들의 성과 몰입을 언급했다. 반면 고객을 위한 브랜드 관리를 선택한 비율은 0%였다. 이에 비해 나머지 기업에서는 고객을 위한 브랜드관리 및 직원의 성과 몰입이 17%를 기록해 공동 1위가 됐다. 최하위 그룹의 CEO는 무려 33%가 고객을 위한 브랜드 관리를 제1의 우선과제로 선정했다. 즉 가장 성과가 낮은 기업일수록 고객에 집중하는 데 비해 ‘최고의 직장’에서는 고객보다 직원이 우선이라는 것이다.

언뜻 보기에 의아한 이 결과는 현장의 지혜를 보여주는 사례다. 우수한 기업일수록 직원이 고객보다 먼저라고 생각한다. 정확히 말하자면 직원을 대우해야 고객을 섬길 수 있다고 믿는 것이다. 이러한 경향은 특히 영업부서에서 강하다. 성과가 부진한 기업일수록 영업관리자가 직원들을 다그치며 고객을 찾아가라고 말한다. 하지만 정작 직원들은 찾아오라고 전화를 주는 고객을 만날 때마저도 의기소침해진다.

필자가 만났던 영업관리자 대부분은 고객만큼, 또는 고객 이상으로 직원을 소중하게 여긴다. 수년 동안 최고 실적을 유지한 어느 지점장의 일화다. 직원과 대화를 하는 도중 전화가 울렸다. 짧은 대화 내용으로 보아 고객임을 감지한 직원은 아무래도 지점장의 전화가 길어질 것을 예상하고 자리로 돌아가려고 일어났다. 이때 지점장은 전화를 건 고객에게 다음과 같이 말하고 전화를 끊었다.

“제가 지금 중요한 분과 미팅하고 있으니, 미팅을 마치는 대로 곧 전화 드리겠습니다.”

단순히 미팅이라거나, 중요한 대화 중이라고 말하는 대신 ‘중요한 분과의 미팅’이라고 말함으로써 지점장은 고객보다 자기 앞에 앉아 있는 직원이 더 소중하다는 메시지를 확실히 전달했다. 지점의 탁월한 성과 비결을 물었을 때도 지점장의 답은 같은 취지였다.

“제가 파는 것이 아니라 직원들이 파는 겁니다. 저는 그저 직원들이 일하는 데 방해되는 것들을 찾아내 제거하는 역할을 할 뿐입니다.”

직원을 섬기는 리더가 있는 회사가 최고의 직장인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김용성 휴잇어소시엇츠 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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