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신완선]KT 개혁시스템서 희망을 봤다

  • 입력 2009년 7월 10일 02시 57분


‘항상 날씨가 좋으면 곧 사막이 된다’는 스페인 속담이 있다. 좋은 환경에만 안주하면 미래가 망가진다는 경고다. 최근 언론에 보도된 KT의 협력업체 금품수수 비리사건은 충격적이다. 아직도 손쉬운 경영환경에 미련을 두고 있었다니 개탄을 금할 수 없다. 우선 관련자 규모가 놀랍다. 한두 사람의 잘못이 아니어서 ‘관행’으로만 설명 가능한 집단윤리 문제다. 도덕불감증이 얼마나 무서운 병인가를 새삼 깨닫게 된다. 비리사건이 KT에서 터졌다는 사실은 더욱 실망스럽다. 공기업에서 민영기업으로 전환된 이래 경쟁력 강화를 위해 부단히 혁신에 도전한 기업이라고 믿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직에 내재된 근원적인 문제를 혁파하지 못했던 셈이다. 혁신이나 개혁이 얼마든지 겉돌 수 있음을 보여주는 본보기다. 다행스러운 것은 이번 적발이 자체 감찰을 통해 이뤄졌다는 점이다. 아무리 어려운 문제라도 경영진의 결단과 내부시스템에 의해 해결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한국 기업이 희망적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경영시스템이 계속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 비리사건은 특정 회사의 문제로만 보이지 않는다. 유사 업종은 물론이고 경영환경이 유리한 조직 모두에 의혹의 시선을 던지게 된다. 특히 따가운 눈총을 받아온 공공기관에 대한 불신은 더욱 그러하다. 비리가 원천적으로 근절되지 않는 한 정부가 주도하고 있는 공공기관 경영선진화 역시 겉포장에 불과할 것이라는 걱정이 앞선다. 모든 공공기관이 이번 사건을 계기로 윤리·투명경영을 총체적으로 재점검하고 자체 개혁을 해야 할 이유이다.

공공기관 자체 개혁은 우선 ‘관행’이라는 용어 자체를 퇴출시키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 관행이라는 명목으로 개혁의 대상에서 제외되는 활동이 존재해서는 안 된다. 관리 방법의 타당성과 유효성을 상시적으로 점검하는 일상관리가 필요하다. 이를 통해서 적합하고 가치 있는 일은 더욱 발전시키고 그렇지 못하면 혁파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경영진의 최대 관건은 정확한 시점(timing)에서 예방 차원의 선제적 결단을 내리는 일이다. 일상관리가 뒷받침되어야만 타이밍 역시 가시권에 들어올 것이다.

윤리·투명경영을 시스템으로 정착시키는 것도 핵심적인 과제다. 구성원의 주관적 가치가 관련되는 경영활동은 개인 차원에서는 개선되지 못한다. 더불어 공동의 가치를 추구해야만 진일보한 목표를 지향할 수 있다. 이렇게 공동체 차원의 목표추구 구조를 시스템 혹은 모듈화라고 부른다. 뿌리 깊은 관행의 제거는 시스템으로 대응해야만 근원적 처방이 가능하다. KT의 비리 근절 리더십도 결국 내부감찰시스템을 강화하는 것에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았음에 주목해야 한다. 경영관리 기능을 검증하는 시스템, 그것을 작동시키는 경영진의 결단, 그리고 새로운 마인드로 관행 타파에 동참한 구성원의 종합적인 노력이 결국 한 단계 성숙된 윤리경영에 도전하도록 만들었다.

경영품질이론에 1대10대100 비용 이론이 있다. 자체적으로 예방을 했으면 ‘1’이라는 비용으로 해결되었을 일이, 외부에서 지적당하는 상황까지 가면 100배의 손해를 끼치게 된다. 공공기관은 끊임없이 정부의 개혁 요구와 감사원 감사를 받는 등 까다로운 주문에 대응해야 한다. 하지만 그러한 외부 요구는 자구적인 예방 기능보다 효과적일 수 없다. 결국 공공 부문 개혁의 궁극적인 목적은 자체 개혁 모델을 내재화하는 것으로 압축된다. 이번 KT 비리사건의 문제점과 해결 방안이 공공기관의 자체 혁신으로 이어질 것을 촉구한다. 국민은 스스로 개혁하는 공공기관을 희망하고 있다.

신완선 성균관대 시스템경영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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