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경기 시흥시 장현동에 있는 시흥시농업기술센터.
10여 명의 주부가 다양한 천연 염료를 이용해 옷감에 녹색, 적색 등 염색을 입히고 있었다. 오전 10시부터 시작한 이날 강의는 오후 4시까지 예정됐지만 강사의 열강과 수강생들의 진지한 수업태도로 수업시간이 연장돼 4시 반경에 끝났다.
지난해까지 직장을 다니다 퇴직한 뒤 농업기술센터가 실시하는 ‘생활과학기술교육’에 참여하고 있는 주부 김창희 씨(54·시흥시 신천동)는 “다양한 염료의 특성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이론 교육을 통해 전통 색채학을 배운 뒤 직접 실습을 통해 옷감에 색을 입힐 수 있어 교육 효과가 큰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씨는 “올해 시집 간 딸의 시댁에 예단을 보내면서 술병을 담는 주머니에 전통자수를 직접 수 놓아 보냈는데 시댁 어른들이 매우 기뻐하셔서 딸이 점수를 많이 땄다”며 “전통주를 담그는 제조기술을 배운 뒤 친목모임 때 함께 나눠 먹었는데 호응이 좋았다”고 말했다.
농업특성화 기술교육 등 농민을 대상으로 한 영농교육이 주요 업무인 농업기술센터에 주부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농산물가공반과 원예치료반, 전통주반, 전통가락반 등 여성을 대상으로 생활과학기술교육 프로그램을 2000년부터 운영하면서 호응을 얻고 있는 것.
요즘 유행하는 취미 교양강좌 위주의 교육에서 벗어나 지역의 특색을 고려한 프로그램이 열리는 것이 특징이다. 여기에 기초습득 과정을 반복적으로 운영하는 형태에서 벗어나 좀 더 깊이 있게 자신이 배우고 싶은 강좌를 접할 수 있도록 심화과정을 두고 있어 몇 년씩 강좌를 듣는 주부들을 흔히 볼 수 있다.
김미경 씨(47)는 2003년부터 우리가락반에서 사물놀이를 배우고 있다. 올 6월 충남 서산시에서 열린 해미읍성축제 때 사물놀이대회에 나가 장려상을 받았다. 순수하게 주부들로 구성된 팀이 장려상을 받아 주위를 놀라게 한 것. 김 씨는 “흥미 위주의 교육에서 벗어나 심도 있는 교육이 지속적으로 열리다 보니 연속해서 강의를 듣는 주부가 많다”며 “개인적으로는 국악고등학교에 다니는 딸을 위해 천연염색을 배운 뒤 무대복을 만들어 준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센터는 올해 들어 119차례에 걸쳐 여성 2340명을 교육할 예정이다.
‘시흥’ 쌀 소비를 촉진하기 위해 개설한 전통주반에서는 누룩 만들기부터 연잎과 연꽃을 재료로 시흥 전통주인 가양주와 연엽주, 두견주 등을 만들고 있다. 사물놀이와 경기웃다리가락을 전수하고 있는 전통가락반 수강생들은 시흥을 널리 알리고 있다. 원예치료반은 실내식물 기르기 기법과 화분갈이 요령을 익힐 수 있다. 화초를 키우면서 불안한 심리를 치료하는 기법도 활용하고 있다.
도자기아트반에서는 초벌구이 도자기에 세라믹 물감을 이용해 수강생이 직접 그림(핸드페인팅)을 그려 구워낸 도자기를 선보이고 있다. 창업을 꿈꾸는 수강생들이 모두 8차례인 교육과정을 추가로 4차례나 늘려줄 것을 센터 측에 요구할 정도로 인기다.
시흥시농업기술센터 소득지원계 김미화 생활지도사는 “이론교육을 통해 강좌를 이해한 뒤 심도 있는 실습 및 활용교육이 이뤄지기 때문에 수강생들에게 인기”라고 말했다. 031-310-6206
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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