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기업, 이것이 달랐다]㈜코오롱

  • 입력 2009년 7월 11일 02시 59분


㈜코오롱 본사가 위치한 경기 과천시 별양동 코오롱타워. 1957년 ‘한국나일론’으로 출발한 ㈜코오롱은 52년 만에 세계가 주목하는 종합화학소재기업으로 발돋움했다. 사진 제공 코오롱그룹
㈜코오롱 본사가 위치한 경기 과천시 별양동 코오롱타워. 1957년 ‘한국나일론’으로 출발한 ㈜코오롱은 52년 만에 세계가 주목하는 종합화학소재기업으로 발돋움했다. 사진 제공 코오롱그룹
나일론 만들기 반세기… 종합화학소재기업 탈바꿈전략적 합병-분할… 시너지 확대
신수종 사업으로 사업구조 고도화

“보이는 곳 그리고 보이지 않는 곳에 있습니다.” 국내 화섬업계 역사와 맞닿아 있는 ㈜코오롱의 홈페이지에 실린 첫 소개 문구다. ㈜코오롱은 코오롱그룹의 신수종 사업을 이끌고 있는 종합화학소재기업이다. ㈜코오롱의 시작은 ‘보이는 곳’에 있었다. 이동찬 코오롱그룹 명예회장은 1950년대 전쟁 직후 헐벗은 국민들에게 따뜻한 옷 한 벌 제대로 입히고 싶다는, 눈에 보이는 목표를 위해 섬유사업에 뛰어들었다고 한다. 이에 비해 그로부터 약 반세기가 지난 지금 종합화학소재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한 ㈜코오롱의 현재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진행 중이다.

○ “기술만이 살길” 年매출 2% R&D 투자

㈜코오롱의 모태는 1957년 설립된 ‘한국나일론’이다. 이동찬 명예회장이 부친인 창업주 고(故) 이원만 회장과 함께 세운 한국나일론은 국내 최초 나일론사(絲) 공장이었다. 1968년 폴리에스테르사(絲)를 생산하는 ‘한국포리에스텔’을 설립하면서 ㈜코오롱은 국내 합섬시대를 열었다.

이원만 창업주와 이동찬 명예회장은 회사 설립 20주년이 되던 1977년 한국나일론과 한국포리에스텔을 합쳐 ㈜코오롱으로 상호를 바꾼 뒤 첨단기술 산업에 눈을 돌리게 된다. 1970년대 당시 국내 나일론 섬유산업 호황으로 승승장구하던 ㈜코오롱이었지만 회사 내부적으로는 원자재가격 폭등과 중국의 저가(低價) 물량공세에서 위기의식을 갖고 있었다.

㈜코오롱은 ‘기술만이 살길’이라는 판단 아래 연구개발(R&D)에 역량을 모았다. 1973년 국내 최초로 자동차소재인 타이어코드 사업에 뛰어들었고 1980년대 필름과 산업자재 등으로 사업영역을 넓혔다. 1988년 국내 처음으로 정보기술(IT) 소재 필름을 개발하면서 캐시카우(cash cow·현금창출원)로 키워냈을 뿐 아니라 종합화학소재기업으로 발돋움하는 밑바탕이 됐다. 연 매출액의 2% 이상을 R&D에 투자하고 있는 ㈜코오롱은 창사 이래 화학섬유업계에서 특허보유 1위 자리를 지켜오고 있다.

○ 수출-내수 사업 포트폴리오 재구성

㈜코오롱은 섬유사업을 하며 쌓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1990년대부터 초극세사 개발에 집중했다. 1993년 머리카락 굵기의 1000∼1만분의 1가량인 초극세사를 이용하는 고도의 원사(原絲)기술과 초정밀 공정관리 기술이 결합된 첨단 섬유소재 ‘샤무드’를 전 세계에서 3번째로 만들어 냈다. 인공피혁인 샤무드는 가죽보다 부드러운 감촉을 가진 소재로 올해 2월 현대자동차 ‘에쿠스’ 내장재로 쓰였다. 또 루이비통 등 명품 핸드백 소재로도 쓰이고 있다. 초극세사 기술을 침구에도 접목해 항균기능을 가진 ‘미오셀까사’를 선보이기도 했다.

2000년대 들어서는 디스플레이 소재를 비롯한 전자재료 개발에 중점을 두며 사업구조 고도화에 나섰다. 2002년 액정표시장치(LCD)용 광확산 필름과 프리즘 필름 개발, 2005년에는 세계에서 3번째이자 국내 최초로 강철보다 강한 섬유 헤라크론 양산에 성공했다. 한국 첨단소재산업의 위상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헤라크론은 방위산업을 비롯한 다양한 분야에 활용할 수 있어 잠재수요가 무궁무진하다.

한편 ㈜코오롱은 전략적인 합병과 분할을 통해 사업 간 시너지 확대를 모색하고 있다. 2007년 코오롱유화와의 합병을 시작으로 지난해 원사사업부문을 코오롱패션머티리얼에 분할하며 ㈜코오롱은 신수종 사업을 중심으로 사업구조 고도화의 틀을 마련했다. 이어 올해 8월에는 패션계열사인 FnC코오롱과 합병한다. 이를 통해 미래성장사업에 집중하는 수출 중심의 산업재 부문과 현금창출원인 내수 중심의 소비재 부문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구성하게 된다.

코오롱그룹의 모기업으로 출발해 매출 및 자산이 2조5000억 원에 달하는 선도기업으로 성장한 ㈜코오롱은 지주회사 체제 전환에도 박차를 가해 글로벌 종합화학소재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계획이다.

정효진 기자 wiseweb@donga.com

■㈜코오롱 약사

-1957 한국나일론주식회사 설립

-1968 한국포리에스텔 주식회사 설립

-1977 ㈜코오롱으로 상호변경

-2001 퇴행성 관절염 유전자 치료제

‘티슈진’ 미국 특허 획득

-2007 창립 50주년, 코오롱유화 합병

-2008 원사(原絲)사업부문 분할

-2009 FnC코오롱 합병(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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