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황모 씨(32)는 지난해 여름 미국을 방문했다 낭패를 당했다. 급성위염으로 병원에서 치료를 받느라 여행 계획이 모두 물거품이 돼버렸다. 하지만 이는 시작에 불과했다. 얼마 뒤 병원에서 300만 원이 넘는 병원비를 청구받은 것. 해외여행자보험을 들지 않았던 황 씨는 결국 거금을 지불할 수밖에 없었다.
해외여행자보험이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된 지 오래다. 바캉스 시즌 해외여행을 위해 출국하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해외에서 발생하는 사고 건수도 해마다 크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해외여행자보험 가입자가 해외에서 발생한 사고로 보험금을 청구한 건수는 2005년 2만7000여 건에서 지난해 6만 건으로 2배 이상 증가했다. ‘나는 괜찮겠지’ 하는 마음에 해외여행자보험에 들지 않았다가 큰 손해를 보는 사례 역시 크게 늘고 있다.
○ 해외 발생 사고, 보험으로 대비하세요
해외여행자보험은 사망이나 상해를 보장하고 특약에 들면 질병 사망, 휴대품 손해 등도 보상받을 수 있다. 국내 보험사의 일반 상해질병보험에 가입했다면 해외여행 중 숨지거나 다쳐도 보험금을 받을 수 있다. 다만 보험 약관상 국민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의료비의 경우 40% 또는 50%가 지급된다.
해외에서 발생한 교통사고는 국내에서 가입한 자동차보험으로 보상받지 못하므로 현지 자동차보험에 가입해야 한다. 현지 자동차보험에서 보상받지 못한 치료비는 해외여행자보험이나 상해보험으로 처리하면 된다.
대부분 보험은 해외에서 진료나 치료를 받았을 때 일단 자비로 병원비를 내고 보험사에 청구한다. 하지만 본인이 병원비를 미리 지급하지 않아도 되는 상품도 있다. 특히 중국 병원의 경우는 입원 치료 시 예치금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아 예치금을 면제해 주는 보험사 상품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해외여행자보험은 1인당 1만∼3만 원 수준으로 보험료가 비교적 저렴한 편이다. 하지만 여행 중 출산이나 스카이다이빙, 암벽등반처럼 사고 위험이 큰 활동을 하다 부상을 당할 경우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기 때문에 보험 약관을 꼼꼼히 살펴야 한다.
○ 보험금 청구 시 잊지 말아야 할 서류들
보험금은 사고가 발생한 뒤 2년 안에 보험사에 청구해야 한다. 해외에서 발생한 사고 시 보험금을 받기 위해 꼭 필요한 서류는 보험금 청구서다. 또 상해·사망 시에는 병원 진단서와 진료기록, 치료비 영수증을 준비해야 한다. 신분을 증명할 수 있는 제적등본 등도 첨부해야 한다.
지갑, 카메라 등 휴대품을 도난당했을 경우엔 반드시 가까운 현지 경찰서를 찾아 도난 확인서를 발급받아야 보상을 받을 수 있다. 도난당한 물건의 구입 영수증이나 카드 명세서 등 가급적 도난 사실을 입증할 수 있는 서류를 최대한 많이 확보하는 것이 좋다. 다른 사람의 잘못으로 고가의 휴대품이 파손됐을 경우 현지 경찰서에서 발급받은 사고증명서와 수리비 견적서 등을 준비해야 한다.
하지만 막상 사고가 나면 당황해 필요한 서류를 챙기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해외에서도 24시간 한국어 안내 서비스를 제공하는 보험사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 이 업체들은 해외 도우미 서비스업체와 제휴관계를 맺고 병원 알선과 보험금 청구 등 다양한 지원을 하고 있다.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