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하! 경제뉴스]상업용 모기지란? 왜 문제가 되나요?

  • 입력 2009년 7월 15일 02시 59분


美서 활성화된 상업용빌딩 담보대출
서브프라임 이어 ‘제2폭탄’ 될까 우려
美 900조원 정도가 내년 말 만기
은행들 “기업 믿을 수 없다” 연장 꺼려
대출금 못 갚는 기업들 줄파산 가능성

모기지(Mortgage)는 부동산을 담보로 장기주택자금을 대출해주는 제도입니다. 크게 주택 모기지(Residential Mortgage)와 상업용 모기지(Commercial Mortgage)로 구분됩니다.

주택 모기지의 경우 자금이 필요한 고객이 주택을 담보로 은행에서 돈을 빌리면 은행은 주택저당증권(MBS)을 발행해 투자자에게 팔아서 자금을 마련합니다. 일반적으로 대출을 해주면 만기가 될 때까지 자금이 묶이는 것과는 달리 주택 모기지로 돈을 빌려주면 은행은 고객이 맡긴 담보로 또 다른 대출자금을 마련할 수 있습니다. 미국 경기침체의 시발점이 된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는 신용도가 낮은 고객을 상대로 한 주택 모기지의 한 종류입니다. 우량 고객을 상대로 한 대출은 ‘프라임 모기지’라고 불립니다.

상업용 모기지는 주택 대신 오피스빌딩이나 상가 등 상업용 빌딩을 담보로 돈을 빌린다는 점이 주택 모기지와 다릅니다. 또 대출을 받는 고객도 주로 상업용 부동산을 소유한 기업이 많습니다.

하지만 상업용 모기지 역시 주택 모기지와 마찬가지로 돈을 빌려준 은행이 빌딩이나 상가를 담보로 상업용 모기지 저당증권(CMBS)을 발행해 대출자금을 마련하는 것은 비슷합니다. 주택 같은 일반 부동산이 아닌 상업용 부동산을 담보로 하는 만큼 은행으로선 투자위험이 적습니다. 한국에선 1999년 한국토지개발공사에서 기업구조조정용 매입 토지를 담보로 증권을 발행한 것이 상업용 모기지 저당증권의 시초로 알려져 있습니다.

상업용 모기지 시장이 가장 활성화된 곳은 미국입니다. 도심지의 오피스빌딩에서 쇼핑몰까지 상업용 모기지로 나간 대출만 3조5000억 달러(약 4600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최근 미국의 경제전문가들은 이런 상업용 모기지 시장이 서브프라임 모기지에 이어 새로운 금융 불안의 진원지가 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상업용 부동산 모기지 7000억 달러(약 900조 원) 정도가 내년 말 만기가 되는데 대출을 해준 은행이 만기 연장을 꺼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은행으로선 경기침체로 부동산 시장이 불안한 상황에서 기업들을 믿고 마냥 돈을 빌려줄 수 없다는 것입니다. 최근 도이체은행은 올해부터 2018년 사이에 만기가 되는 상업용 부동산 대출 중 3분의 2가 만기 연장이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습니다.

문제는 상업용 부동산을 담보로 돈을 빌린 기업이나 부동산 개발업자들이 대출금을 갚지 못해 파산하면 은행의 부실 역시 더욱 심해진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상업용 모기지 대출을 해간 기업 중 연체를 하는 기업이 늘고 있고 결국 차압을 당하거나 파산한 경우가 올해 6월까지만 5000건이 넘는다고 합니다. 지난해에 비해 2배나 늘어난 수치입니다.

상업용 모기지 저당증권 시장의 분위기 역시 좋지 않은 상황입니다. 상업용 모기지 저당증권으로 생긴 손실이 벌써 900억 달러(약 120조 원)가 넘습니다. 물론 상업용 모기지 저당증권을 발행해 대출자금을 마련한 비율은 전체 상업용 모기지 대출액의 25% 정도로 주택 모기지에 비하면 적은 편이지만 저당증권의 손실액이 커질수록 은행의 만기 연장도 어려워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 때문에 미국 정부는 현재 상업용 모기지 문제가 제2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되지 않도록 노심초사하고 있습니다. 우선 상업용 모기지 저당증권 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 기간자산 담보부 증권 대출(TALF) 제도의 운영 연장을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 많이 나옵니다. 기간자산 담보부 증권 대출은 신용카드와 자동차, 학자금 대출 등을 담보로 발행된 회사채를 매입하는 투자자를 지원해 대출을 받은 개인과 기업들을 지원하는 대출 프로그램입니다. 최근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이 기간자산 담보부 증권 대출 지원 대상에 상업용 부동산 저당증권을 포함시켰습니다. 하지만 그 운영 시한이 올해 말까지여서 의회나 전문가들은 이를 연장해 줄 것을 정부에 요구하고 있습니다.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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