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가이드, 축구 코치, 생일 파티 플래너…’.
경기 불황 속 최고경영자(CEO)들의 변신은 무궁무진하다. 이들은 임직원을 대상으로 한 강연이나 사내 메일 등을 통해 격려 메시지를 전하는 것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임직원 모시기’형 각종 사내 프로그램에 적극 나서고 있다.
온라인종합쇼핑몰 롯데닷컴의 강현구 대표는 매월 셋째주 수요일에 파티 플래너로 변신한다. 해당 월에 생일을 맞은 직원을 대상으로 직접 ‘롯데닷컴 생일 점심 파티’를 주최하기 때문이다. 회사 근처 호텔에서 생일을 맞은 임직원과 함께 식사를 하면서 그들의 사진이 담긴 머그컵과 영화 관람권도 전달한다. 롯데닷컴 직원 윤소희 씨는 “같은 달 태어났지만 서로 다른 부서에 근무하는 직원끼리 만나 친분을 쌓을 수도 있고, 다양한 주제로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 매년 이 자리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기초화장품 브랜드인 더바디샵의 박종호 대표는 매년 한 차례 임직원들을 ‘모시고’ 자신이 가이드로 나서는 무료 여행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3월 인도네시아 발리로 떠난 3박 4일 일정은 모두 박 대표가 준비했으며 레크리에이션도 도맡았다. 회사 관계자는 “그동안 프랑스 파리와 일본 도쿄 등을 다녀왔으며 무료 여행 프로그램을 계속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유석렬 삼성토탈 사장은 매달 두세 차례 직원들에게 점심 또는 저녁 데이트를 신청한다. ‘주제가 있는 CEO와의 대화’로 불리는 이 자리는 직원이면 누구나 참석이 가능하다. 주제는 자유다. 회사 안팎의 다양한 사안에 대해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고 친밀감을 높이자는 취지에서 시작된 자리이기 때문이다. 유 사장은 최근 ‘결혼이나 출산 등 개인적으로 축하받고 싶은 일이 있다면 언제든 응하겠다’는 초청장을 직원들에게 띄우기도 했다.
이 밖에 생활용품 전문기업 CJ LION은 직원들과의 독서모임을, 필립스전자는 점심 도시락을 함께 나누는 ‘브라운 백 런치’를 통해 CEO와 임직원 간 거리 좁히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김정안 기자 cred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