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고 품목 다양” 주민들 몰려…동네슈퍼 울상

  • 입력 2009년 7월 16일 02시 57분


대형 할인점의 ‘대기업 슈퍼마켓(SSM)’이 입점한 지 2주일 만에 서울 동작구 상도동의 소비 패턴은 크게 바뀌었다. 지난달 30일 입점한 ‘이마트 에브리데이 상도점’의 15일 모습. 홍진환 기자
대형 할인점의 ‘대기업 슈퍼마켓(SSM)’이 입점한 지 2주일 만에 서울 동작구 상도동의 소비 패턴은 크게 바뀌었다. 지난달 30일 입점한 ‘이마트 에브리데이 상도점’의 15일 모습. 홍진환 기자
“싸고 품목 다양” 주민들 몰려
“단골마저 뚝…” 동네슈퍼 울상
물가 내리고 쾌적쇼핑 혜택
지역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
‘골리앗과의 싸움’ 동네마트
“빼앗긴 단골 꼭 되찾을것”

신세계 이마트는 지난달 30일 서울 동작구 상도동에 241m²(약 73평) 규모의 작은 슈퍼를 열었다. 이른바 ‘대기업 슈퍼마켓’(SSM·Super Supermarket)인 이곳은 ‘이마트 에브리데이 상도점’이다. 14일 영업 보름째를 맞은 이곳을 찾아갔다. 대기업 슈퍼는 주변 상권에 어떤 영향을 주었을까.

○ 미국에 ‘월마트 효과’, 한국에 ‘이마트 효과’?

이마트 에브리데이 상도점에는 야채, 쌀, 고기 등 대형 이마트 매장에서 파는 품목이 다양한 구색으로 진열돼 있었다. 베이커리 빵도 팔아 제과점에 따로 들를 필요가 없었다. 상품 구성은 가공식품 50%, 신선식품 30%, 생활용품 20%. 가격은 기존 대형 이마트와 같고, 자주 조금씩 생필품을 구입하는 동네 상권의 특성을 감안해 전체 상품 중 10%는 소용량으로 포장했다. 주부 김모 씨(45)는 “다니던 동네 S마트를 잘 가지 않게 돼 심정적으로 미안하지만 아무래도 이마트 브랜드를 믿게 된다”고 말했다.

S마트는 보름 전 이마트 에브리데이가 200여 m 근방에 문을 열기 전까지 주민들이 자주 찾던 동네 마트였다. 10년 된 기존 마트를 1년 전 이 모 사장(49)이 인수했다. 991m²(약 300평) 규모였지만 정육점과 어물전 등이 자리를 많이 차지해 넓다는 느낌이 들지는 않았다. 이마트 에브리데이가 1층인 데 반해 S마트는 지하 1층. 손님들은 야채를 손수 포장해야 했다.

이마트 에브리데이는 불과 보름 만에 S마트에 먹구름을 드리웠다. 매출이 30% 이상 줄어 제품 가격을 5% 내렸지만 단골들의 발길은 줄었다. 미국 ‘월마트 효과’가 국내에서도 ‘이마트 효과’로 재현될 조짐을 보이는 것이다. 월마트 효과는 대형마트의 영향력을 뜻하는 말로, 물가가 내리고 생산성이 높아지는 반면 인근 상인이 몰락하는 효과를 뜻한다.

이마트 측은 “상도점 직원 15명 중 계산원 7명은 동네 주민으로 뽑아 지역 일자리 창출에 기여했다”며 “쾌적한 쇼핑공간과 싼 가격은 소비자의 혜택으로 돌아간다”고 말했다.

○ 서울의 대형마트와 SSM은 모두 158개

서울에는 신세계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 3개 대형마트가 43개, GS수퍼마켓을 포함한 SSM이 115개 등 대형 유통업체의 점포가 모두 158개 있다. ‘서울의 마트지도’를 작성해 보니 권역별 대형마트 간 평균 거리는 1.8km. 서울 지하철역 간의 거리가 보통 1.0∼1.5km이니 역 간 거리마다 대형마트가 있는 셈이다.

대형마트들은 한강을 가로축, ‘북한산-남산-관악산’으로 이어지는 서울 녹색벨트를 세로축으로 했을 때 동북권에 17개, 서남권에 15개 등 32개가 모여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서대문, 종로, 강남, 동작구 등 대형마트가 상대적으로 적었던 지역 주민들은 “편의시설이 부족하다”는 불만도 있었다. 요즘 이 지역엔 SSM이 속속 세워지고 있다. 올 들어 새로 생긴 SSM만 34곳. 정부의 규제가 본격화하기 전에 SSM들이 서둘러 문을 열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S마트의 이 사장은 그래도 ‘떠난 손님이 돌아올 것’이라는 희망을 버리지 않는다고 했다. 뜻 맞는 마트 사장들과 공동구매를 통해 가격 경쟁력을 높여 보겠다는 것이다. “S마트를 이마트만큼 큰 슈퍼 체인으로 만드는 게 꿈”이라고 그는 말했다.

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김가영 인턴기자 건국대 전기공학부 4학년

이한샘 인턴기자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4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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