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 & Travel]“키를 꽂는 순간부터 재미있다”BMW의 생동철학

  • 입력 2009년 7월 16일 02시 57분


《대부분의 운전자는 안전하고 쾌적하면서 빠르게 가는 것을 선호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자동차는 이런 조건만 갖추면 완벽한 것일까. BMW는 양손을 저으며 ‘노(No)’라고 말한다. ‘재미’가 빠져 있다면 버스와 같은 지루한 이동수단에 불과하다는 주장이다. 안전과 편안함은 기본이고 재미까지 더해져야만 자동차는 생명력을 갖는다는 것이 BMW의 자동차 제조철학이다. ‘740i’와 ‘M5’를 5년간 직접 소유하며 10만 km가량을 운행해봤고, 국내에 판매되는 1, 3, 5, 7시리즈에서부터 X시리즈, M시리즈, Z시리즈 등 30여 대로 다양한 테스트를 진행한 경험을 통해 BMW를 말해본다.》

가속·회전 때의 팽팽한 탄력 짜릿
30여 종 테스트 운행으로 본 BMW의 매력

○ BMW, 묘한 매력의 세계

스티어링 휠을 잡고 1m만 차를 움직여도 BMW만의 유전자를 느낄 수 있다. 약간 까슬까슬한 촉감을 주는 가죽, 손가락 끝부분에 닿는 스티치를 느끼며 스티어링 휠을 돌리면 고급스러운 무게감이 느껴진다. 내가 차를 조종하고 있다는 정복감을 주는 딱 그만큼의 무게감이다. 더 가벼우면 헐렁해서 차와 따로 노는 기분일 것이고, 더 무거우면 차에게 지배당한다는 불쾌감이 올 수도 있다.

가속페달을 밟고 달려보면 가속과 감속을 하거나 회전을 할 때 운전자의 손발로 전해지는 짜릿함이 있다. 팽팽한 탄력도 느껴진다. 쫄깃하다고 표현하는 이들도 있다. 가속페달을 밟았을 때 엔진과 변속기는 즉각적인 반응으로 스타트 라인에서 튀어나가는 육상선수 같은 순발력을 보인다. 배기량이 낮아 출력이 부족한 모델이더라도 운전자에게 흥분을 주려고 애쓴다. 차체와 서스펜션은 도로에 즉각 반응하며 운전자에게 끊임없이 도로면의 정보를 제공한다. 그 정보는 솔직하면서도 거칠지 않아 운전자를 영민하게 하면서 기분을 해치지 않는다.

1시리즈와 3시리즈는 플라이급 복서처럼 가볍게 움직이면서도 촐싹대지는 않는다. ‘스티어링 휠을 돌려야지’ 하고 마음을 먹는 순간 이미 차는 그쪽 방향으로 향하고 있는 듯하다. 5시리즈는 3시리즈의 80% 수준의 핸들링에다 쾌적성은 훨씬 높였다. 패밀리 세단으로 쓸 수 있으면서 때로는 스포츠 드라이빙을 해도 훌륭하다. 7시리즈는 ‘대형차도 재미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자동차업계에 알린 주인공이다. 평일에는 운전사에게 스티어링 휠을 맡기는 쇼퍼드리븐 용도로 쓰면서, 주말에는 손수 운전으로 골프장을 가면서 즐거울 수 있다고 설명하면 될까.

‘M’은 참 설명하기 곤란한 녀석이다. 등골이 서늘한 가속력과 아스팔트를 잘라먹을 듯한 핸들링으로 ‘현실적인 슈퍼카’처럼 여겨질 때도 있지만 살살 어루만지며 다루면 의외의 쾌적함이 공존한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Z’는 운전하면서 엉덩이에서 전해지는 후륜의 움직임이 일품이지만 무엇보다 멋진 스타일이다. ‘X’는 포르셰 ‘카이엔’과 함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분야의 스포츠카다.

○ 변화를 리드하는 BMW

BMW는 혁신을 좋아하는 자동차계의 ‘좌파’다. 1994년 등장한 2세대 7시리즈(코드명 e38)는 시대를 뛰어넘는 걸출한 디자인으로 BMW를 럭셔리 클래스로 확고히 자리 잡게 만든 일등공신이다. 특히 인테리어에서 새로운 기준을 제시했다. 세련된 콕핏 디자인과 함께 자동차 중 최초로 컬러액정 모니터를 달았다. 컴퓨터 시스템으로 다양한 기능을 세팅할 수 있도록 한 것도 눈에 띈다. 물론 이때부터 기능이 복잡해지면서 ‘기계치’들은 사용이 어렵다고 느끼기 시작한다.

2001년형 페이스리프트 5시리즈(e39)의 헤드라이트에 들어간 ‘에인절아이’는 BMW의 상징으로 떠오르면서 밋밋했던 다른 자동차회사의 헤드라이트 디자인에 큰 영향을 미쳤다. 2002년 발표된 3세대 7시리즈 는 ‘혁명’이었다. 수석디자이너였던 크리스 뱅글이 창조한 이 네 바퀴 달린 짐승은 외부 디자인 때문에 돌연변이로 여겨지기도 했지만 BMW에 대한 강력한 인상을 남기는 데는 성공했다. 아, 여기서 빼먹을 없는 것이 통합컨트롤 시스템인 ‘iDrive’다. 다이얼 하나로 수백 가지 기능을 작동할 수 있다. 사용하기가 너무 어렵다는 비난이 쏟아지기도 했다. 그러나 다른 브랜드의 럭셔리카들이 iDrive와 비슷한 시스템을 잇따라 채용했다. M3(e36)에는 양산차 중 처음으로 수동변속기 기반의 자동변속기(SMG)를 실험적으로 도입했다. 당시는 변속감이 거칠고 내구성도 문제가 있었지만 BMW는 그냥 해버렸다.

BMW는 이제 또 다른 변화를 하고 있다. 환경과 출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기 위해 첨단 터보엔진을 적극적으로 도입한 것이다. 최근 6기통 3.0L와 8기통 4.4L 터보엔진을 3, 5, 7시리즈에 적용했다. BMW는 오래전부터 준비해왔겠지만 소비자로서는 갑작스러운 인상을 받을 수밖에 없다. 승차감도 부드러워지고 있다. 최근 시승한 신형 Z4와 M3는 이전 모델에 비해 나긋나긋해졌다. 기존의 핸들링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차체와 서스펜션 기술의 발달로 승차감을 높였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그러나 핸들링의 기계적인 측정치는 이전 모델과 같거나 더 높아졌을 수도 있겠지만 감성적인 측면은 약간 떨어졌다고 말하는 사람도 없지는 않다.

○ 재미있는 만큼 까다로운 관리

BMW가 스포티하게 느껴지고 손맛이 좋은 원인 중에는 부품 간의 결합이 견고한 것도 한몫한다. 부품의 결합이 느슨해지면 BMW 고유의 맛이 나지 않는다. BMW의 특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철저한 관리가 뒤따라야 한다는 뜻이다.

노면에서 올라오는 충격이나 진동을 완화하기 위해 서스펜션, 엔진, 변속기 등은 부싱이라는 고무부품을 사이에 두고 차체와 연결되는데 부싱이 노화되거나 손상되면 BMW는 유달리 금방 표시가 난다. 운행에는 별다른 지장을 주지 않더라도 왠지 모를 헐렁함은 운전자를 짜증나게 한다. 부드럽게 세팅이 된 일반 차종들은 부싱의 손상이 심해져야 느낄 수 있지만 BMW는 조금만 이상이 있어도 엄살을 부리는 편이다.

과거 소유했던 740i의 경우 핸들링이 조금씩 헐거워지더니 커브길만 들어서면 한 박자 느린 움직임을 보여 서비스센터를 찾았다. 스티어링 기어박스에 유격이 생겼기 때문이란다. 마침 새것 같은 중고품이 있어 교환을 하고 시운전을 했을 때 ‘바로 이 맛이었어’ 하는 탄성이 저절로 나왔다.

M5도 마찬가지였다. 일정 속도만 되면 운전대에 진동이 와서 점검을 받은 결과 서스펜션 부싱 중 하나가 이상이 있는 것 같다는 진단이 내려졌다. 신품으로 교체하고 나니 그 증상이 완전히 사라졌다. 문제는 이상이 있다던 그 부싱을 빼내서 살펴봐도 크게 손상된 부분이 없다는 것이다. 일반 차종이었다면 거의 느끼지 못할 미세한 손상도 BMW에서는 큰 차이를 보인다. 그래서 BMW는 ‘Break My Wallet(지갑이 털린다)’을 줄인 말이라는 농담이 생겼나 보다. 그렇다고 다른 독일산 럭셔리카들보다 고장률이 높지는 않고 비슷한 수준이며 최근 들어서는 내구성도 부쩍 좋아지고 있다.(BMW코리아 홍보팀장의 삐친 얼굴이 생각나서 마지막 문장을 붙인 것은 결코 아니다)

석동빈 기자 mobid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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