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대기업들이 글로벌 경쟁력을 가지려면 반드시 중소기업과의 상생 협력을 통한 ‘네트워크 경쟁력’을 갖춰야 합니다. 글로벌 경쟁은 대기업 혼자만의 힘으로는 어렵습니다.” 중소기업 관계자의 말이 아니다. 회원사 대부분이 대기업인 전국경제인연합회 정병철 상근부회장(사진)의 소신이다. 정 부회장은 14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KT빌딩 19층 집무실에서 본보 기자와 만나 “지금의 글로벌 경쟁은 (대·중소기업의) 네트워크 경쟁시대”라며 이렇게 말했다.
전경련 산하 중소기업협력센터의 이사장을 겸임하는 그는 “삼성 LG SK 같은 대기업의 전직 임원들이 중소기업의 경영애로를 해소해주고 경쟁력을 높여주는 ‘중소기업경영자문봉사단 활동’은 대·중소기업 상생협력의 모범 사례”라고 말했다. 이 자문봉사단은 27일로 발족 5주년을 맞는다.
정 부회장은 “중소기업의 애로사항에 따라 다양한 맞춤형 응답이 무료로 제공되고 실제로 그 결과가 좋은 경영성과로 이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 덕분에 자문 신청 중소기업도 2004년 94곳에서 2005년 306곳, 2006년 380곳, 2007년 475곳, 지난해 571곳으로 늘었다.
자문단은 지방 중소기업에도 직접 찾아가 며칠씩 숙식을 같이하며 문제점을 파악해 해법을 제시한다. 정 부회장은 “자문위원들은 풍부한 경험을 갖고 있지만 ‘좋은 응답을 하려면 최신 경영지식도 필요하다’며 공부를 따로 한다”고 말했다. 전경련은 현재 95명인 자문위원을 200명까지 늘릴 계획이다.
LG CNS의 최고경영자(CEO) 출신인 정 부회장은 빠른 의사결정으로 유명하다. 전경련의 한 간부는 “가부(可否) 결정을 10초 내에 내려주니 실무진이 일하기가 참 편하다”고 말했다. 그런 정 부회장이 더딘 속도 때문에 특히 아쉬워하는 곳이 있다.
“꽉 막힌 정치를 보면 참 답답합니다.”
주성원 기자 s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