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같은 박스권 장세에서는 중소형주보다 대형주에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미국의 일부 금융회사가 다시 파산할 수 있다는 뉴스가 나오고 있고 신용카드 대란도 복병이 될 수 있으니 잠시 투자를 쉬는 것이 좋을 것 같다.”
13일 인하대 경영대학의 한 강의실에서 열린 주식투자전략회의에서는 방학임에도 10여 명의 학생이 모여 열띤 토론이 벌어졌다. 마치 자산운용사의 투자전략가들이 나누는 진지한 회의실 분위기였다. 이들은 인하대가 1학기에 신설한 ‘펀드매니저 전문가 과정’을 수강하는 학생들. 이 같은 토론 과정을 거쳐 학생들은 펀드 운영의 전 과정을 실제로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잡게 된다.
인하대는 지난달 주식투자의 실전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학생들에게 현금을 지원했다. 학생들에게 주식투자 현금을 지원한 것은 KAIST 금융전문대학원의 학생실전투자펀드에 이어 두 번째다. 학부 학생들에게 투자금을 준 것은 처음. 이 같은 결정은 ‘이론 중심의 교육이 기업체에서 환영 받지 못한다’는 인식에 따른 것이다. 증권사, 자산운용사는 대졸 신입사원을 채용한 뒤 머릿속이 이론으로만 채워진 신입 직원에게 여러 가지 실무교육을 시켜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다.
인하대가 올해 내놓은 실전투자자금은 1000만 원. 향후 2년간 1000만 원씩 모두 2000만 원을 추가로 지원할 예정이다. 우선 올 1학기에 신설된 ‘펀드매니저 전문가 과정’을 수강하는 학생 2명에게 250만 원씩의 자금을 지원했다. 이들 학생은 자신의 돈 250만 원과 학교로부터 지원 받은 투자자금 등 모두 500만 원을 현재 주식에 투자한 상태다. 좀 더 책임 있는 투자를 유도하자는 뜻에서 학생의 개인 자금을 투자하도록 한 것. 실전투자자금 전액을 지원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도덕적 해이를 방지하자는 뜻도 있다. 실전투자에서 손실이 발생했을 경우 대학은 손실에 대해 책임을 묻지 않는다. 반대로 이익이 발생했을 경우 투자이익금의 절반을 귀속시킨다.
실전투자대회에 참여하지 못한 학생들은 대학이 별도로 출연한 ‘인하학생투자펀드’를 공동 운영한다. 매주 한 차례씩 투자전략회의를 통해 논의된 투자전략을 발표하고 최종적으로 매매 종목을 결정한다. 학생들 자신이 펀드 매니저가 돼 포트폴리오를 어떻게 구성할 것인지, 어떤 종목을 매매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학교에서 자금을 받아 주식을 매입한 이상현 씨(24·경영학부 3년)는 “1주일 전에 반도체 부품업체의 주식을 샀다”며 “이 회사는 지난해 적자가 심했지만 업황이 좋아지면 올해는 대규모의 영업이익을 낼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역시 자금을 제공받은 김상우 씨(25·지리정보공학전공 3년)는 “이론교육에서 벗어나 실제 투자를 통해 많은 경험을 쌓을 수 있을 것 같다”며 “장기적인 가치투자를 학습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어떤 종목에 왜 투자했는지에 대한 논리적 배경을 갖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홍영복 경영학부 교수는 신설한 ‘펀드매니저 전문가 과정’에 대해 “증권사나 자산운영회사에 취업하는 학생의 경우 별도의 훈련과 교육 없이도 곧바로 직무를 수행할 수 있는 자질을 갖춘 인재를 육성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말했다.
인하대는 11년 전 국내에서 처음으로 학생과 교수가 투자자금을 모아 블루칩 뮤추얼 펀드를 만들어 투자하는 등 학생들에게 실전 경험을 쌓도록 노력하고 있다.
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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