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적으로 근거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왠지 맞는 말 같다. 분노의 달걀은 영양이 미흡하고 닭이 받은 스트레스로 인한 나쁜 물질도 들어있을 것 같다. 그래서 일반 달걀보다 고급스럽게 포장된 ‘목초를 먹고 자란 건강한 닭이 낳은 달걀’ ‘콜레스테롤이 낮은 달걀’ 같은 제품에 손이 간다.
식품업계는 이런 심리를 반영해 프리미엄급 달걀을 앞 다퉈 출시했다. “우수한 달걀을 낳게 하기 위해 닭에게 먹이는 사료와 생활환경을 바꿔줬다”고 한다. 프리미엄 달걀의 가격은 일반 달걀보다 2, 3배 비싸지만 이 달걀을 찾는 소비자는 줄어들지 않는다. 프리미엄 달걀이 ‘행복의 달걀’일 것이라는 생각에서다.
그런데 프리미엄 달걀이 정말 행복의 달걀일까. 이를 아무도 확인할 수 없다는 게 문제다. 국내에서는 식품 광고를 할 때 사전에 특정 기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규정이 없다. 기능성 인증이 필요한 것은 건강기능식품뿐이다. 건강기능식품은 제조업체가 식품의약품안전청에 해당 기능을 입증할 서류를 제출해야 한다. 반면 일반 식품은 사전 승인 제도가 없기 때문에 프리미엄인지 아닌지 표기를 제조업체가 자율적으로 한다.
14일 소비자시민모임은 “시중 프리미엄 달걀을 조사해 보니 무늬만 프리미엄”이라고 발표했다. 콜레스테롤 수치, 비타민E 함량이 표기 광고에 못 미치거나 일반 달걀과 다를 바 없다는 것이다. 반면 제조업체, 판매업체는 “소비자단체의 조사 결과는 신빙성이 없다”고 반박했다. 누구 말이 옳은 것일까. 현재로선 확인할 길이 없다.
소비자가 ‘프리미엄 달걀’을 사는 것은 제조업체에 대한 신뢰를 사는 것이다. 신뢰를 담보할 수 있는 객관적 평가가 필수적이다. 제조업체, 유통업체가 프리미엄 제품을 팔고 싶다면 객관성을 확보한 정기적 조사를 통해 소비자의 신뢰를 얻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한두 번 속는 셈 치고 프리미엄 제품을 구매한 소비자라도 신뢰가 담보되지 않는다면 같은 제품을 계속 구매할 수는 없지 않을까.
김현지 기자 nu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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