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종합상사들이 곡물거래 시장에 잇따라 뛰어들고 있다. 석유 천연가스 광산 등 자원개발사업에 몰두해 온 일본 종합상사가 새로운 수익원으로 곡물시장에 주목한 것. 중국 인도 등 아시아 경제가 급성장하면서 식량 수요도 급증할 것이라는 전망에 따른 것이다. 이미 에너지 메이저로 성장한 일본 종합상사가 이제 곡물 메이저 지위까지 넘보고 있다.
○ 곡물조달에서 유통망까지 일관체제
최근 곡물거래 시장에서 가장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마루베니 종합상사는 5월 브라질의 상위권 곡물 집하업체인 ‘아마지’ 및 아르헨티나의 식품업체 ‘모리노 카뉴에라스’와 연거푸 업무제휴를 맺었다. 이토추 상사는 지난달 미국의 곡물메이저 ‘분게’와 함께 미 서해안에 곡물 수출기지를 설치하기로 했고, 미쓰비시 상사도 남미 기업과 업무제휴를 통해 곡물의 집하와 출하 기능을 강화할 계획이다. 곡물 확보를 위해 미국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 세계 곡창지대의 곡물업체와 손을 잡고 있는 것이다.
일본 종합상사들은 세계 각국에서 조달한 곡물을 내다팔 수 있는 유통망 확보에도 힘쓰고 있다. 마루베니가 대두 조달량의 10%를 안정적으로 사주는 계약을 중국 국영 곡물비축기업인 시노그레인과 맺은 데 이어 러시아와 동유럽 판로를 위한 현지업체 인수합병(M&A) 계획도 세우고 있다. 또 이토추는 대만의 대형 식품유통체인 딩신(頂新)에 출자(지분 20%)를 앞두고 있다.
○ 아시아 곡물소비시장 겨냥
일본 종합상사들은 고도경제성장기인 1960, 70년대 수출입 업무대행을 주업으로 해왔으나 1973년과 78년 두 차례의 오일쇼크를 거치면서 사업영역을 자원개발 쪽으로 돌렸다. 현재 일본 6대 종합상사가 한 해 벌어들이는 순이익 가운데 60∼80%는 에너지 개발사업에서 나온다. 하지만 세계 각국이 에너지 개발에 뛰어들면서 자원개발 사업부문도 성장의 한계에 다다랐다. 이에 따라 눈길을 돌린 것이 곡물시장이다.
아시아지역 곡물시장은 이미 공급이 수요를 따라잡지 못해 거대한 곡물 수입국으로 변해가고 있다. 중국의 경우 현재 자국 내 대두 소비량의 70%를 수입에 의존할 정도다. 경제발전으로 식생활이 서구화되면서 육류 소비가 크게 늘어 사료 원료인 대두 수요가 함께 늘었기 때문이다. 현재는 자급이 가능하지만 중국의 소맥과 옥수수도 조만간 수입에 의존할 것으로 보인다. 마루베니 경제연구소는 “중국은 물론이고 인도도 조만간 수입대국으로 바뀌면서 아시아 지역은 거대한 곡물 소비권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일본 경제 전문가들은 “향후 곡물시장이 급성장하면서 곡물시장 주도권을 둘러싼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도쿄=김창원 특파원 chang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