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대륙아주의 김진한 변호사는 변호사와 저소득층 자녀를 일대일로 맺어주는 ‘2009 함께하는 희망 찾기-변호사님과 친구 됐어요’ 캠페인에 1000번째 후원 변호사로 이름을 올렸다. 김 변호사가 이번 캠페인에 참여하게 된 것은 가난했지만 꿈을 잃지 않고 주경야독(晝耕夜讀)했던 젊은 시절이 떠올라서다.
1957년 경북 안동에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난 김 변호사는 소년 시절 농사일을 돕다 짬이 날 때면 책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 가난한 형편에 대학 갈 엄두가 나지 않아 고향 친구들과 경북 봉화의 일월산 기슭 암자에 들어가 행정고시에 도전했고 26세 때 1차 시험에 합격했다. 이듬해에는 서울로 올라와 신문사 보급소에서 먹고 자며 공부해 늦깎이 법대생이 됐고, 법조인의 꿈을 잃지 않고 노력한 끝에 34세에 사법시험까지 합격했다. 최근 오산학원 관선 이사장직에서 물러난 김 변호사는 회의 때마다 지급된 수고비 540만 원을 모아 장학금으로 기부하기도 했다. 김 변호사는 “작아 보이는 도움이 사회적 약자들의 인생을 바꿀 수 있는 큰 힘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체험을 통해 배웠다”고 말했다. 대륙아주에서는 김 변호사뿐만 아니라 정진규 대표(전 법무연수원장)와 박영수 대표(전 서울고검장), 함승희 전 국회의원 등 63명이 참여했다.
이번 캠페인이 공식 출범한 지 4개월여 만에 후원 변호사가 1000명을 넘어서는 등 폭발적인 호응을 얻게 된 것은 크고 작은 법무법인들이 대거 참여했기 때문이다. 캠페인이 시작되자마자 법무법인 세종은 86명의 변호사가 참여하겠다고 선뜻 나섰고, 주변 로펌에 신선한 자극이 됐다.
이후 국내 최대 규모인 김앤장법률사무소의 변호사 166명이 참여했고, 태평양(115명)과 화우(70명) 광장(56명) 율촌(44명) 바른(37명) 등이 뒤를 이었다. 이어 법무법인 양헌 리인터내셔널 동인 세창 남산 영진 다래 등 중소형 로펌들도 속속 후원의 대열에 합류했다. 서울변호사회에 회원으로 등록돼 있지는 않지만 국내 로펌에서 활동하고 있는 외국 변호사 16명도 뜻을 같이했다.
희망 찾기 릴레이는 대기업 법무실의 변호사 참여까지 이끌어냈다. LG그룹 산하 법무실 변호사 12명이 참여했고, 삼성그룹(4명)과 SK그룹(3명)도 잇따라 동참했다. 기업에 속한 이른바 인하우스(In-house) 변호사들이 변호사회에서 주관하는 공익 활동에 동참하는 것은 드문 일이다. 김동건 전 서울고법원장(법무법인 바른 대표), 박태종 전 대구지검장(법무법인 렉스 고문) 등 법원과 검찰의 고위직 출신 변호사들도 솔선수범에 나섰다. 지방의 변호사들로부터도 참여할 방법이 없겠느냐는 문의가 적지 않았다.
변호사들의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판검사들에게도 신선한 자극이 되고 있다. 이번 캠페인에 판검사도 참여할 수 있게 해달라는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함석천 서울고법 판사는 “법조인이라면 누구나 사회적 약자를 위해 공익적 일을 해야 한다는 일종의 ‘선한 부채의식’을 갖고 있다”며 “다음에는 판검사 등 법조인 전체가 참여할 수 있는 공익 캠페인이 펼쳐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종식 기자 bel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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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원 참여를 희망하는 변호사는 서울지방변호사회(02-3476-0986, www.seoulbar.or.kr)에 문의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