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硏 ‘다걸자’ LG硏 ‘틀깨자’ 현대硏 ‘희망찾자’

  • 입력 2009년 7월 18일 03시 01분


■ 경제硏 불황극복 3색 화두

삼성, 불황 극복 전략 ‘다걸기’
LG, ‘열린마음’ 다양성 추구
현대, ‘위기 속 희망찾기’ 특화

3연(硏)3색(色). 대표적 민간경제연구기관인 삼성경제연구소, LG경제연구원, 현대경제연구원이 글로벌 불황을 연구하는 분위기를 들어다보면 나름의 색깔이 드러난다. 삼성경제연구소는 비상연구체제를 가동해 불황 극복 전략 제시에 ‘다걸기(올인)’한 상태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불황 연구 중 ‘긍정적 희망적 요인 발굴’을 중시했다. 반면 LG경제연구원은 불황 연구 이외에도 고객가치, 조직 창의성 같은 다양한 주제의 보고서들을 계속 선보였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요즘 ‘스피드와 시스템의 삼성답다’는 평가를 삼성 안팎에서 받고 있다. 상반기(1∼6월) 내내 글로벌 경제위기를 분석하고, 불황기에 생존할 수 있는 경영전략을 제시하는 보고서를 쏟아냈기 때문이다. 이 기간 보고서 제목에 ‘불황’ 또는 ‘위기’라는 단어가 들어간 것만 24건에 이른다. ‘불황기의 노사관계 사례와 시사점’ ‘불황기 공격경영의 의미와 전략’ ‘불황기 기업의 전략적 비용절감’ ‘글로벌 금융위기와 한국의 수출’ ‘글로벌 기업의 위기극복 전략’ 등이 대표적이다.

이 연구소는 5월 비상연구체제에서 발표된 보고서들을 모아 ‘글로벌 경제위기’ ‘불황기 경영전략’이란 두 권의 책을 발간했다. 이 책들은 삼성그룹 사장단협의회 회의석상에서 배포될 정도로 큰 호응을 받았다. 연구소 측은 “추가경정예산의 적극적인 집행을 촉구하는 등 정책 제안에도 상당한 노력을 해왔다”고 밝혔다.

LG경제연구원의 ‘오픈 마인드(열린 마음) 연구’도 경제계의 화제다. 김주형 원장은 17일 기자와 만나 “글로벌 불황이지만 자율과 창의의 연구 분위기에 변화를 주지 않고 있다”며 “보고서 서술방식이나 제목도 딱딱한 틀에 얽매이지 말라고 주문한다”고 말했다. 그래서 불황뿐만 아니라 조직문화, 고객경영, 인사관리 등 다양한 주제의 보고서가 계속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임원 코칭(coaching)과 골프 레슨을 비교한 한 보고서의 제목은 ‘코칭 받는다고 이 나이에 내가 바뀌리?’였다. 경제위기와 관련해서는 ‘중국경제 조기 회복 가능성 여전히 낮다’(4월 1일), ‘금융시장, 낙관하긴 아직 이르다’(4월 30일) 같은 신중론이 대세이다.

원화 약세에 따른 ‘착시(錯視) 현상’에 대한 경고도 계속해왔다. 이에 대해 연구원 관계자들은 “1997,1998년 외환위기 때 충분한 사전 경고를 하지 못했다는 뼈아픈 반성이 반영된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불황 연구 중 ‘경제위기 속 희망 찾기’와 ‘서민경제 살리기’를 특화했다. ‘2009년에도 희망은 있다’ ‘한국 경제, 플러스 성장도 가능하다’ ‘서민경제 살리기 시급하다’ ‘가계신용 악화 현황과 시사점’ 등이 그 대표적 보고서들이다. 이 연구원의 유병규 상무는 “추상적인 보고서는 최대한 지양하고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방향성을 제시하는 주제를 잡고 보고서 제목도 그에 맞게 정한다”며 “특히 불황 속에서 긍정적이고 미래지향적인 대안을 찾는 작업에 집중해왔다”고 말했다.

이들 3대 연구소는 하반기(7∼12월)에는 위기 탈출의 ‘출구(Exit) 전략’ 마련에 많은 역량을 투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삼성경제연구소는 “하반기에도 비상연구체제를 유지하면서 연구 자원의 약 70%를 위기 이후의 대응 전략 연구에 집중적으로 투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부형권 기자 bookum90@donga.com

주성원 기자 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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