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골드만삭스 등 경쟁사 도태로 수혜
전세계 증시 반등… 코스피도 연중 최고치 경신
○ IT 기업 시작으로 줄줄이 ‘깜짝 실적’
이번 ‘어닝 서프라이즈’의 신호탄은 이달 초 이례적으로 잠정실적을 공개한 삼성전자였다. 1분기(1∼3월)에 극심한 불황 속에서도 4700억 원의 영업이익을 올린 삼성전자는 2분기에 이를 훌쩍 뛰어넘어 최대 2조6000억 원의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추산됐다. 기껏해야 영업이익 1조 원대를 예상했던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입이 벌어질 수밖에 없었다. 증시에선 ‘삼성전자 효과’의 영향으로 정보기술(IT)주들로 구성된 코스피 전기전자업종지수가 이달 들어 10.7% 상승했다. 1분기에 적자를 냈던 LG디스플레이는 ‘하반기는 돼야 적자를 면하지 않겠느냐’는 예상을 깨고 2분기에 바로 2176억 원 흑자로 돌아섰다.
금융사 중에서는 미국 골드만삭스가 2분기에 주당 4.9달러의 순이익을 냈다고 발표했다. 뉴욕 월가 전문가들의 예상치는 주당 3.5달러 수준이었다. JP모간도 같은 기간 순익이 27억2000만 달러로 전 분기 대비 27% 증가한 것은 물론이고 작년 동기 대비로도 36% 늘어났다.
세계 최대의 컴퓨터업체인 IBM과 인터넷 검색업체인 구글도 2분기 순익이 작년 동기 대비 10% 이상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인텔은 2분기 매출액이 전 분기 대비 12% 상승하며 시장 예상치를 웃돌았다. 월가에선 현재까지 실적을 발표한 미국 S&P500 기업 중 70% 이상이 어닝 서프라이즈를 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살아남은 자의 축배
2분기 실적 시즌엔 대체로 각 업종에서 시장지배력을 지닌 기업들의 성적이 특히 눈에 띈다. 대표적인 예로 IT에선 삼성전자, 금융업에선 골드만삭스가 그렇다. 경제위기 속에서 경쟁사들이 하나둘 도태되는 가운데 1등 기업들이 ‘승자의 효과’를 누리고 있다는 뜻이다. 한국투자증권 김학균 연구원은 “비효율적인 경제 주체가 퇴출되고 그 과정에서 살아남는 기업들이 수혜를 보는 구조조정이 일부 업종에서 발생하면서 대표기업들의 실적이 큰 폭으로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일부에선 이를 ‘재고(在庫) 효과’로 해석하기도 한다. 지난해 말부터 수요 급감으로 재고량을 최소한도까지 줄여 놓은 기업들이 2분기 들어 이를 다시 채워나가면서 기업이익 증가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가령 LG전자가 TV 재고를 늘리면 이 회사에 부품을 공급하는 LG디스플레이의 매출이 늘어나게 된다.
증시에선 이를 계기로 지난 두 달여 동안 지루하게 이어진 박스권(1,350∼1,450)에서 벗어나 본격 상승할 것이란 기대감이 크다. 실제로 기업들의 실적개선에 따라 주가를 주당 순이익으로 나눈 주가수익비율(PER)은 올 5월 13배를 웃돌았지만 지금은 12배 이하 수준까지 내려와 있다. 그러나 신영증권 조용준 리서치센터장은 “이번 실적개선은 글로벌 수요 회복보다는 각종 부양정책에 의한 면이 크기 때문에 증시가 중장기적 상승을 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