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투데이]공적자금으로 실적잔치… 요지경 美시장

  • 입력 2009년 7월 21일 02시 57분


지난주 미국에서 작은 소동이 벌어졌다. 비관론적 경기전망을 고수하던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가 경기회복을 전망했다는 뉴스로 16일 뉴욕 증시가 급등한 것이다. 장중 보합세이던 뉴욕 증시는 루비니 교수의 전망이 전해지는 순간 곧바로 오르기 시작해 결국 큰 폭의 상승으로 마무리됐다. 그런데 바로 다음 날 루비니 교수는 경기회복 전망에 관한 보도가 자신의 발언을 거두절미한 오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루비니 교수의 해명이 나온 다음 날에도 뉴욕 증시는 오히려 강세를 이어갔다.

이 사건은 자산시장, 특히 주식시장 참가자들의 속성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접하는 시장 관련 뉴스는 인과관계가 명료하다. 재미있는 것은 뉴스의 분석 자체가 비합리적이라는 점을 모두가 간과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만약 주식시장이 개별적인 이슈에 따라 계량적으로 움직인다면 인류는 이미 고도로 발달한 수학과 컴퓨터공학의 도움으로 주가를 눈금처럼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그 경우 시장 자체도 성립되지 않는다. 즉, 시장의 존재 자체가 “시장은 방정식으로 풀리거나 해명되지 않는다”는 사실에 대한 증거인 셈이다.

우리는 시장이 합리적이라고 믿고 싶어 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안다. 시장에는 케인스가 말한 ‘야성적 충동’이 작동하고 있다. 인간의 판단은 추세적이고 비합리적이며 스스로 믿고 싶은 것을 믿고, 보고 싶은 것만 본다. 루비니 해프닝도 그 순간 주식을 사려는 사람의 명분이 루비니의 전망이었을 뿐 그의 발언이 시장의 본질을 바꾼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 때문에 다음 날 루비니 교수가 자신의 발언이 왜곡됐다고 밝혔어도 주가는 원래대로 보정되지 않았다. 만약 주가 상승이 뉴스 때문이었다면 그 뉴스가 진실이 아니라고 밝혀졌을 때 주가는 그만큼 떨어져야 합리적일 것이다.

결국 이 사건은 시장은 기본적으로 ‘카오스(혼돈)’라는 사실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투자자들이 기대감에 넘칠 때 시장은 호재를 과도하게 반영하고, 불안에 시달릴 때는 악재를 지나치게 반영한다. JP모간과 골드만삭스의 2분기 실적에 대한 평가도 마찬가지다. CIT은행의 파산에서 보듯 아직도 미국 상업은행 사이에서는 불길이 여기저기로 번지고 있다. 하지만 골드만삭스 등 투자은행은 2분기에 큰 폭의 실적 호조를 보였다. 수익의 대부분은 금융위기로 인해 무더기로 쏟아진 부실채권의 처리 과정에 개입해서 올린 것과 석유 금 구리 주식 등에 자기자본(공적자금 포함)을 투자해서 낸 것이다.

투기를 일삼다가 망해버린 투자은행이 정부가 지원한 지원금으로 다시 투기를 해서 수익을 내는 희한한 일이 벌어진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정부로부터 빌린 돈을 모두 갚고 ‘성과급 잔치’를 다시 시작했다. 파생금융상품 규제에 공개적으로 반대하는 목소리도 내기 시작했다. 미국은 정말 이래도 괜찮을 것일까.

박경철 경제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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