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자동차의 법인회생절차(법정관리)를 맡고 있는 서울중앙지법 파산4부(수석부장판사 고영한)는 20일 “쌍용차가 지금처럼 파행이 지속돼 계속기업가치가 청산가치보다 떨어진다면 회사 측의 회생계획안 제출일(9월 15일) 전에 법인회생절차를 폐지할 수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날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최근 ‘쌍용차에 대한 파산 선고가 임박했다’는 소문이 돌고 있는 데 대해 “일단 9월 15일까지 회생계획안을 내라고 했기 때문에 법적으로 그 전에 재판부가 직권으로 파산 절차에 들어갈 수는 없다”고 못 박았다. 재판부는 다만 “정해진 기일까지 회생계획안을 제출하지 않거나 특별한 사정, 예를 들어 계속기업가치가 청산가치보다 현저히 떨어진 경우에는 회생계획안 제출일 전에도 법정관리를 중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계속기업가치’는 기업의 경영활동이 계속된다는 전제 아래 그 기업이 갖는 가치를 말하며, ‘청산가치’는 현재 시점에서 기업 활동을 중단하고 청산할 경우 회수 가능한 가치를 의미한다.
그러나 법정관리가 중단됐다고 곧바로 파산절차가 시작되는 것은 아니다. 재판부는 “법정관리의 폐지는 말 그대로 쌍용차 회생 문제에서 법원이 손을 뗄 테니 쌍용차가 알아서 해결하라는 의미”라며 “단, 회사의 회생 가능성이 거의 없을 때는 법원이 법정관리를 중단한 뒤 임의적으로 회사를 파산 절차에 넘길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쌍용차처럼 법인회생절차의 인가가 나기 전인 회사에 대해 법원이 임의적으로 파산 절차에 넘기는 경우는 흔치 않다.
재판부가 쌍용차 노동조합의 파업 전인 5월 6일 삼일회계법인으로부터 넘겨받은 쌍용차의 재산상태와 기업가치 등에 대한 조사 결과는 계속기업가치(1조3276억 원)가 청산가치보다 3890억 원 많은 것으로 추산됐다. 그러나 쌍용차 노조가 5월 22일 파업을 시작한 뒤 2개월 동안 상황은 급격히 달라져 앞으로 법원이 어떤 판단을 내릴지 주목된다.
이종식 기자 bel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