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형 펀드 운용사별 3년 수익률 따져보니…

  • 입력 2009년 7월 22일 02시 55분


한국밸류>신영투신>미래에셋 順

1년 누적수익률은 한국투신운용 7.9%로 1위

펀드 투자자들이 자산운용사를 선택할 때는 운용사의 인지도나 시장지배력, 대표 펀드 유무, 운용자산 규모 등을 기준으로 삼는다. 하지만 해당 운용사의 최근 성적만큼 투자자들의 눈길을 끄는 지표는 없다. 그런데 투자자들은 일반적으로 개별 펀드의 수익률 순위에만 익숙할 뿐 운용사별 성적은 잘 모를 때가 많다.

최근 자산운용업계에서도 이 점을 놓고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KB자산운용의 조재민 신임 대표는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특정 운용사를 겨냥해 “많은 펀드를 운용하다 보면 그중 하나는 수익률이 좋게 나오는데 이를 마치 그 회사가 운용하는 전체 펀드의 성적이 좋은 것처럼 마케팅을 한다”고 꼬집었다. 이처럼 운용사별 수익률은 실제 운용실력을 판단하는 중요한 기준이 될 수 있다.

동아일보는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의뢰해 일반 국내 주식형펀드의 운용사별 수익률 순위를 점검해 봤다. 다만 투자대상이 제한돼 있어 운용사의 실력을 판단하는 데 어려움이 있는 해외 펀드 및 각종 테마주와 배당주, 인덱스펀드 등은 분석 대상에서 제외했고 운용펀드의 순자산 합계가 2000억 원 미만인 곳도 뺐다.

○ 가치투자 운용사들 선전

20일 기준으로 운용사별 최근 3년간 일반 주식형펀드의 수익률을 산출한 결과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이 49.44%로 가장 좋은 성적을 냈다. 이어 신영투신운용(44.45%) 미래에셋자산운용(35.95%) KTB운용(33.99%) KB자산운용(31.62%) 등이 뒤를 이었다. 1, 2위를 차지한 한국밸류자산운용과 신영투신운용은 저평가된 주식을 사서 오래 보유하는 가치투자를 주된 운용원칙으로 삼는 회사. 미래에셋은 시장지배력이 가장 큰 회사다.

기간을 좁혀 1년 기준으로 보면 한국투신운용이 7.9%의 수익률로 1위를 차지해 지난 금융위기 동안 가장 선방한 회사로 꼽혔다. 이어 신영투신운용(4.3%),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2.2%) 등의 순이었다. 한국투신운용은 이 회사의 대표펀드로 설정액이 3조 원을 넘는 ‘삼성그룹주 펀드’들의 성적이 유난히 돋보였다.

주로 가치투자에 집중한 회사나 시장 지배력을 가진 운용사가 상위권에 이름을 올린 가운데 대형사 중에는 삼성투신운용이 조사대상 20개 회사 중 3년 수익률이 10.0%로 가장 낮았다. 삼성투신 관계자는 “투자 대상을 지나치게 제한해 그간 수익률이 부진했던 ‘삼성우량주 장기펀드’가 평균 수익률을 많이 깎아먹었다”며 “최근 이 펀드의 약관을 개정했기 때문에 조만간 수익률도 회복할 것”이라고 말했다.

○ 투자철학 고수 등이 비결

한국밸류자산운용의 배준범 자산운용부장은 “가치투자 스타일로 투자원칙을 잘 지켜온 데다 운용 펀드 수를 적게 유지해 펀드매니저의 역량을 집중시켰다”고 말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3년 수익률에서 3위에 올랐지만 1년 수익률은 ―1.04%에 머물렀다. 미래에셋 관계자는 “규모가 큰 펀드가 많다 보니 올해처럼 중소형주 랠리가 벌어졌을 때 상대적으로 소외될 수밖에 없었다”며 “그러나 앞으로는 대형주 위주의 실적 장세가 벌어질 것으로 전망돼 수익률도 빠르게 회복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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