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이후 핵심인재 관리는 국내 기업들의 가장 큰 화두였다. 하지만 최근에는 핵심인재 관리에 대한 논의가 뜸해졌다. 기업들의 핵심인재 관리 역량이 향상돼 그러하겠거니 싶지만 다음과 같은 말을 들을 때는 더 개선해야 할 여지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회사 내부에서는 누가 핵심인재인지 이야기할 수 없어요. 한국적 정서에서는 핵심인재가 알려지면 조직 관리가 안 돼요.”(A기업 인사담당자)
“핵심인재들에게도 자신이 핵심인재라고 알려주면 곤란합니다. 다음번에 평가했을 때 핵심인재군에서 제외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B기업 인사담당자)
사실 핵심인재 관리란 기업의 태생 때부터 존재해 왔다. 다만 최고경영자의 머릿속에 ‘누가 핵심인재고 이들을 어떻게 키워야 한다’는 생각만이 암묵적으로 실행돼 왔을 뿐이다. 임원들도 자신의 추종세력들을 비공식 ‘라인’으로 키우고 관리하기 마련이다. 사실 이것도 엄연한 핵심인재 관리라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왜 기업들이 새삼스레 핵심인재 관리에 나선 것일까. ‘정실’이나 ‘라인’이라는 이름으로 ‘내 사람을 키우는’ 비생산적인 조직 내 정치를 개선하기 위해서다. 회사 내 핵심인재 관리를 공식화해 투명하고 생산적인 방향으로 이끌려는 의도로 풀이할 수 있다.
인사부서가 핵심인재를 뽑고 경영진에게 보고하는 방식으로는 핵심인재를 조직 안팎에 공개하기 어렵다. 암묵적인 ‘라인’이 아니라고 공식화해도 인사부서가 내놓은 선발 결과에 대해 조직원들이 이의를 제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사부서가 자체적으로 세운 계량화된 기준에 따라 핵심인재를 공정하게 선정하더라도 공개하기는 쉽지 않다. 계량화된 기준에 따라 매년 핵심인재들이 바뀌기 때문이다. 핵심인재를 공개하지 못하면 그들을 제대로 육성할 수가 없고 핵심인재 관리도 불가능하게 된다.
해외 유수의 기업에서는 핵심인재를 토론을 통해 선발한다. 각 비즈니스에 걸맞은 핵심인재를 직접 토론을 통해 선발한다. 비즈니스 리더들과 경영진, 최고경영자가 참석해 직접 선발하는 것이다. 대상자의 과거 몇 년간 업무성과와 미래 성장가능성에 대한 토론을 거쳐 소수의 핵심인재를 선발한다. 비즈니스 리더가 조직 내 고위 구성원들과 토론을 통해 핵심인재를 공개적으로 선발하기 때문에 선발 결과에 이의를 제기하는 경우는 드물다. 이에 따라 핵심인재는 큰 어려움 없이 조직에 공개되고 다른 직원들에게도 강한 동기부여가 된다. 핵심인재를 조직에 공개하는 것에서부터 핵심인재 관리가 시작된다.
김동철 휴잇어소시엇츠 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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