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글로벌 위기 뚫고 더 강해졌다

  • 입력 2009년 7월 23일 03시 16분


2분기 1조대 ‘깜짝흑자’… 휴대전화 ‘빅3’ 굳혀
TV - 가전도 수익성 개선 “3분기 전망도 밝다”

LG전자가 불황을 헤쳐 나오면서 글로벌 무대에서 더 강해진 모습을 보였다. 22일 발표된 LG전자 실적은 매출액과 영업이익 모두 사상 최대치를 나타냈다. 증권가의 예상을 훌쩍 뛰어넘는 수치였다. 이는 글로벌 불황이 이어진 가운데 거둔 실적이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평범하지 않다. LG전자의 이번 실적은 삼성전자의 2분기(4∼6월) 실적이 연결 기준 매출액 31조∼33조 원, 영업이익 2조2000억∼2조6000억 원으로 잠정 집계된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불황 탈출에 대한 기대감이 더욱 커지고 있다.

○ 빠른 속도로 글로벌 불황 탈출

LG전자는 이번에 사상 처음으로 1조 원이 넘는 ‘깜짝 흑자’를 냈다. 영업이익(해외 실적 포함 연결 기준)은 지난해 4분기(10∼12월) 1014억 원으로 곤두박질친 뒤 올해 1분기(1∼3월) 4556억 원으로 회복세를 보였다. 당초 2분기 영업이익이 6000억∼8000억 원 선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으나 시장의 예상을 깨고 전 분기보다 2배를 웃도는 1조1330억 원을 달성했다.

또 지난해 4분기 0.8%로 추락했던 영업이익률도 1분기 3.5%, 2분기 7.8%로 가파르게 치솟았다. 지난해 4분기만 해도 끝이 보이지 않았던 불황의 터널을 강한 체력을 바탕으로 빠른 속도로 빠져나온 셈이다.

LG전자 관계자는 “12월 세계 경제위기 속에 대대적으로 조직개편을 단행하면서 철저하게 성과주의를 도입하는 등 ‘승부수’를 던졌던 게 효과를 봤다”고 설명했다.

○ 마(魔)의 10% 시장점유율 돌파

‘깜짝 실적’의 1등 공신은 단연 휴대전화. LG전자는 소니에릭손과 모토로라 등을 제치고 노키아, 삼성전자와 함께 글로벌 ‘탑3’의 위치를 굳혔다. LG전자는 휴대전화의 5, 6월 판매량이 각각 1000만 대를 넘어서는 데 힘입어 분기 판매량으로 사상 최대인 2980만 대를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는 LG전자가 1996년 휴대전화사업을 시작한 뒤 분기 판매량 사상 최대 규모. 노키아가 올해 세계 휴대전화 시장 규모를 2억6800만 대로 추산한 것을 감안하면 LG전자의 휴대전화 세계시장 점유율은 11.1%까지 올라간 것으로 추정된다.

LG전자 관계자는 “경쟁사들이 소비심리 위축과 시장 수요 감소로 글로벌 경기 침체 직격탄을 맞았지만 풀터치스크린폰과 쿼티 키패드를 적용한 메시징폰 등 소비자 입맛에 맞는 다양한 제품군을 통해 시장을 공략한 덕분”이라고 말했다.

휴대전화를 만드는 모바일커뮤니케이션(MC) 사업부의 2분기 매출은 5조1398억 원으로 전체 매출의 35.4%에 그치지만 영업이익(5445억 원)은 전체 영업이익 중 절반 가까이(48.0%) 됐다.

○ 다른 사업부문도 골고루 호조

TV 사업도 본궤도에 올랐다. TV를 만드는 홈엔터테인먼트(HE) 사업부의 2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4조5086억 원, 2236억 원으로 집계됐다. 특히 2분기 영업이익률은 5.0%로 지난해 같은 기간(0.7%)보다 6배 이상 높아졌다. 액정표시장치(LCD) TV 매출이 늘면서 영업이익률이 좋아졌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실제로 LCD TV 등 평판 TV 판매대수는 428만 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295만 대)보다 45% 증가했다. 프리미엄 제품부터 불황형인 중소형 TV 제품군도 다양화해서 신흥국과 선진국을 골고루 공략한 게 주효했다.

에어컨(AC)사업본부의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1조7199억 원, 1749억 원이었고, 드럼세탁기와 냉장고를 판매하는 홈어플라이언스(HA)사업본부의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2조3388억 원, 1807억 원이었다. 특히 HA사업본부의 영업이익률은 지난해 같은 기간 4.8%에서 7.7%로 높아지는 등 수익성이 눈에 띄게 좋아져 ‘가전 명가’의 입지를 더욱 강화했다.

향후 전망도 좋다. LG전자는 올 3분기(7∼9월)에도 세계 경기의 불확실성이 여전히 계속되겠지만, TV와 휴대전화 판매량은 2분기보다 늘면서 3분기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12조7000억 원)보다 10%가량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와 LG전자의 깜짝 실적은 한국 정보기술(IT) 기업의 강한 체력을 유감없이 보여줬다”며 “이는 선제 투자와 마케팅, 기술력 등이 복합적으로 결합해 이뤄낸 결과”라고 평가했다.

김유영 기자 ab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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