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가 불황을 헤쳐 나오면서 글로벌 무대에서 더 강해진 모습을 보였다. 22일 발표된 LG전자 실적은 매출액과 영업이익 모두 사상 최대치를 나타냈다. 증권가의 예상을 훌쩍 뛰어넘는 수치였다. 이는 글로벌 불황이 이어진 가운데 거둔 실적이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평범하지 않다. LG전자의 이번 실적은 삼성전자의 2분기(4∼6월) 실적이 연결 기준 매출액 31조∼33조 원, 영업이익 2조2000억∼2조6000억 원으로 잠정 집계된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불황 탈출에 대한 기대감이 더욱 커지고 있다.
LG전자는 이번에 사상 처음으로 1조 원이 넘는 ‘깜짝 흑자’를 냈다. 영업이익(해외 실적 포함 연결 기준)은 지난해 4분기(10∼12월) 1014억 원으로 곤두박질친 뒤 올해 1분기(1∼3월) 4556억 원으로 회복세를 보였다. 당초 2분기 영업이익이 6000억∼8000억 원 선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으나 시장의 예상을 깨고 전 분기보다 2배를 웃도는 1조1330억 원을 달성했다.
또 지난해 4분기 0.8%로 추락했던 영업이익률도 1분기 3.5%, 2분기 7.8%로 가파르게 치솟았다. 지난해 4분기만 해도 끝이 보이지 않았던 불황의 터널을 강한 체력을 바탕으로 빠른 속도로 빠져나온 셈이다.
LG전자 관계자는 “12월 세계 경제위기 속에 대대적으로 조직개편을 단행하면서 철저하게 성과주의를 도입하는 등 ‘승부수’를 던졌던 게 효과를 봤다”고 설명했다.
○ 마(魔)의 10% 시장점유율 돌파
‘깜짝 실적’의 1등 공신은 단연 휴대전화. LG전자는 소니에릭손과 모토로라 등을 제치고 노키아, 삼성전자와 함께 글로벌 ‘탑3’의 위치를 굳혔다. LG전자는 휴대전화의 5, 6월 판매량이 각각 1000만 대를 넘어서는 데 힘입어 분기 판매량으로 사상 최대인 2980만 대를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는 LG전자가 1996년 휴대전화사업을 시작한 뒤 분기 판매량 사상 최대 규모. 노키아가 올해 세계 휴대전화 시장 규모를 2억6800만 대로 추산한 것을 감안하면 LG전자의 휴대전화 세계시장 점유율은 11.1%까지 올라간 것으로 추정된다.
LG전자 관계자는 “경쟁사들이 소비심리 위축과 시장 수요 감소로 글로벌 경기 침체 직격탄을 맞았지만 풀터치스크린폰과 쿼티 키패드를 적용한 메시징폰 등 소비자 입맛에 맞는 다양한 제품군을 통해 시장을 공략한 덕분”이라고 말했다.
휴대전화를 만드는 모바일커뮤니케이션(MC) 사업부의 2분기 매출은 5조1398억 원으로 전체 매출의 35.4%에 그치지만 영업이익(5445억 원)은 전체 영업이익 중 절반 가까이(48.0%) 됐다.
○ 다른 사업부문도 골고루 호조
TV 사업도 본궤도에 올랐다. TV를 만드는 홈엔터테인먼트(HE) 사업부의 2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4조5086억 원, 2236억 원으로 집계됐다. 특히 2분기 영업이익률은 5.0%로 지난해 같은 기간(0.7%)보다 6배 이상 높아졌다. 액정표시장치(LCD) TV 매출이 늘면서 영업이익률이 좋아졌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실제로 LCD TV 등 평판 TV 판매대수는 428만 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295만 대)보다 45% 증가했다. 프리미엄 제품부터 불황형인 중소형 TV 제품군도 다양화해서 신흥국과 선진국을 골고루 공략한 게 주효했다.
에어컨(AC)사업본부의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1조7199억 원, 1749억 원이었고, 드럼세탁기와 냉장고를 판매하는 홈어플라이언스(HA)사업본부의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2조3388억 원, 1807억 원이었다. 특히 HA사업본부의 영업이익률은 지난해 같은 기간 4.8%에서 7.7%로 높아지는 등 수익성이 눈에 띄게 좋아져 ‘가전 명가’의 입지를 더욱 강화했다.
향후 전망도 좋다. LG전자는 올 3분기(7∼9월)에도 세계 경기의 불확실성이 여전히 계속되겠지만, TV와 휴대전화 판매량은 2분기보다 늘면서 3분기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12조7000억 원)보다 10%가량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와 LG전자의 깜짝 실적은 한국 정보기술(IT) 기업의 강한 체력을 유감없이 보여줬다”며 “이는 선제 투자와 마케팅, 기술력 등이 복합적으로 결합해 이뤄낸 결과”라고 평가했다.
김유영 기자 ab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