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뉴욕타임스는 “공격적으로 미국 시장을 파고드는 현대자동차는 40여 년 전 도요타를 연상시킨다”고 보도했다. 40년 전 일본 자동차회사들의 공세적인 미국시장 진출처럼 현대차도 미국 시장에 뿌리를 내릴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는 의미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올해 상반기(1∼6월) 현대자동차의 약진에 대해 “특정 요인 때문이 아니라 각 부문에서 전반적으로 잘했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생산 단계에서 품질을 높이고, 판매 단계에서는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쳤으며, 브랜드 인지도도 함께 높아졌다는 얘기다.
미국의 권위 있는 시장조사기관인 ‘JD파워’는 23일 지난해 1월부터 10월까지 미국 시장에 선보인 모델을 평가한 ‘2009년 최고의 신차’로 현대차 제네시스를 선정했다. JD파워는 지난달 신차 품질 조사에서 일반차 브랜드 1위로 현대차를 꼽기도 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현대차의 기술력이 2006∼2009년에 급격히 높아졌다”며 “상대적으로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던 내구 품질도 크게 향상됐다”고 평가했다.
이처럼 해외에서 품질을 인정받은 데다 판매 지역을 다변화하고 현지에 맞는 특화 모델을 출시하는 등의 세일즈 전략도 효과를 봤다. 특히 대공황 이후 최악의 경기침체에 빠진 미국 시장에서는 역발상의 공격 마케팅이 주효했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차를 산 사람이 직장을 잃어 할부금을 못 내게 되면 차를 반납할 수 있게 한 ‘실직자 보장 프로그램’이 대박을 터뜨렸고, 최근 시작한 휘발유값 지원 마케팅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여러 가지 외부 호재도 있었다. 제너럴모터스(GM)와 크라이슬러 등 거대 미국 자동차업체들이 파산 상태에 빠지면서 군소 업체들이 치고 들어갈 공백이 생겼고, 세계 경기 침체 속에 현대차가 강점을 갖고 있는 소형차가 인기를 끌었다. 원화 가치가 떨어지면서 자연스럽게 가격 경쟁력을 얻는 환율 효과도 있었다. 국내에서는 노후차를 신차로 교체할 때 세금을 감면해주는 등 정부의 자동차업계 지원책에 따른 이익을 거의 대부분 현대·기아차가 흡수했다는 분석이 있다.
하지만 현대차의 약진이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시간을 두고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올해 하반기 환율 하락(원화가치 상승)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도요타나 뉴GM 등 거대 자동차회사가 구조조정을 마치면 새로운 경쟁 구도가 성립될 것으로 보인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박사는 “경쟁업체들이 뼈를 깎는 자구 노력을 벌이고 있는 데 비해 현대차는 이에 소홀하다는 느낌”이라고 지적했다. 현대차 측은 “올 하반기에도 자동차산업 환경이 불투명하지만 ‘쏘나타’ 및 ‘투싼’ 후속 모델 시판, 국내외 공장의 유기적인 운영 등을 통해 안정적인 수익 기반을 다져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