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獨 “韓-EU FTA 잘못했다” 불만 제기

  • 입력 2009년 7월 24일 03시 00분


한국-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이 사실상 타결된 이후에도 EU 정책결정권자들 사이에서 의견 충돌이 계속되고 있다.

22일 EU 전문지인 EU옵서버와 시사주간 비즈니스위크 인터넷판에 따르면 벨기에 브뤼셀에 위치한 EU 집행위원회 내부에서는 한-EU FTA 협정안에 대한 이견 표출이 잦아들지 않고 있다. 라슬로 코바치 조세 담당 집행위원을 포함해 프랑스와 독일, 이탈리아, 슬로바키아 출신 집행위원들이 합의문 초안에 담긴 일부 조항에 대해 잇달아 불만을 제기한 것.

가장 쟁점이 된 두 가지는 원산지 기준과 관세 환급 부분이다. 한국과 EU는 자동차의 원산지 기준과 관련해 중국 등 다른 지역에서 수입하는 역외산 부품 상한선을 45%로 잠정 합의했다. 하지만 자동차산업 비중이 높은 독일 등에서는 “용납할 수 없는 서울의 요구”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브뤼셀에 위치한 유럽자동차제조업협회(ACEA)의 이반 호다츠 씨는 “이 조건들은 자동차는 물론이고 EU의 모든 전략적 산업분야의 발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고 말했다.

한-EU FTA 합의 초안에 반대하는 일부 집행위원들은 이런 문제들이 향후 EU가 다른 국가와 무역협상을 할 때 선례로 작용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집행위 관계자는 “우리(EU)도 장기적으로는 무관세 교역을 지향하지만 때로 (한국의 요구에 맞서) 정치적인 선택을 해야 할 때도 있다”며 EU에 속한 각국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음을 시사했다. 분위기가 이렇다 보니 EU옵서버는 “브뤼셀의 정치인들이 한-EU FTA의 교역 조건 앞에 주춤거리면서 민감한 분야에 대한 논의가 9월로 미뤄졌다”고 전했다.

하지만 EU 집행위의 루츠 귈너 대변인은 “이 시점에서 집행위원들이 한국과의 향후 교역 관계에 대해 논할 책임은 없다”고 못 박았다. 그는 집행위 법률팀이 최근까지 나온 EU 회원국들의 요구 사항을 반영해 협정문의 법률검토 작업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협상을 밀어붙인 브뤼셀의 책임자들은 한국이 합의 내용을 어겼을 경우 수입을 제한하도록 한 규제 조항을 앞세워 내부 비판론자들을 다독거릴 방침이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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