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 너무 들떠있어… 디즈니랜드 온것 같다”

  • 입력 2009년 7월 24일 03시 00분


손성원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 석좌교수가 23일 제주 신라호텔에서 열린 제주포럼에서 강연하고 있다. 그는 한국 정부가 최소 2011년까지 경기부양책을 펼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 제공 대한상공회의소
손성원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 석좌교수가 23일 제주 신라호텔에서 열린 제주포럼에서 강연하고 있다. 그는 한국 정부가 최소 2011년까지 경기부양책을 펼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 제공 대한상공회의소
在美 경제분석가 손성원 캘리포니아주립대 석좌교수

“비관적 전망이 쏟아지는 미국에 있다가 한국에 오니 마치 ‘디즈니랜드’에 온 것 같은 기분이다. 그러나 경제위기는 끝나지 않았다. 한국의 ‘출구전략(위기 이후 전략)’ 논의는 시기상조다.”

미국에서 정확한 경제분석가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손성원 캘리포니아주립대 석좌교수는 23일 대한상공회의소가 제주 서귀포시 신라호텔에서 주최한 제주포럼에 참석해 “현재 미국 경제는 ‘더블딥(경기침체 후 잠시 회복되다 다시 침체에 빠지는 이중침체 현상)’의 가능성이 있다”며 “한국 정부는 지금 같은 경기부양책을 최소 2011년까지는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손 교수는 이날 “한국 정부가 경기부양책을 유지하지 않고 성급한 출구전략을 추구하는 실수를 범할 경우 1930년대 미국 대공황이나 1990년대 일본의 ‘잃어버린 10년’과 같은 ‘악몽’을 자초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현재 미국의 신용경색(credit squeeze)은 금융가(월가)에서 실물경제(main street)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며 “미국 정부의 경기부양 여력도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 만큼 더 큰 2차 침체가 올 수 있다”고 주장했다.

손 교수는 미국 경제의 침체는 수출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 한국이 무역흑자를 거둬 고무돼 있지만 이는 수출보다 수입이 더 빨리 줄어 생긴 (불황형) 흑자일 뿐”이라며 “글로벌 교역이 줄면 고용 창출이 안 되고 결국 경기침체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무역흑자를 내는 것보다 무역량(trade volume) 자체를 키우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월가는 한국 경제의 위험도를 미국보다 5배 정도 높게(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 기준) 보는데 가장 큰 이유는 한국의 높은 수출의존도 때문”이라며 “이들이 한국을 잘 몰라서 리스크를 더 높게 보는 면이 있는 만큼 대통령부터 적극 나서 한국 정보를 알리고 투자자와의 관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손 교수는 최근까지 한국 정부의 경제정책이 적극적이고 선제적이었다고 평가하면서 “현 수준의 금리 및 유동성 정책이 유지되면 사람들 사이에 경기 개선에 대한 신뢰가 생겨 기업들의 투자도 살아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귀포=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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