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관적 전망이 쏟아지는 미국에 있다가 한국에 오니 마치 ‘디즈니랜드’에 온 것 같은 기분이다. 그러나 경제위기는 끝나지 않았다. 한국의 ‘출구전략(위기 이후 전략)’ 논의는 시기상조다.”
미국에서 정확한 경제분석가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손성원 캘리포니아주립대 석좌교수는 23일 대한상공회의소가 제주 서귀포시 신라호텔에서 주최한 제주포럼에 참석해 “현재 미국 경제는 ‘더블딥(경기침체 후 잠시 회복되다 다시 침체에 빠지는 이중침체 현상)’의 가능성이 있다”며 “한국 정부는 지금 같은 경기부양책을 최소 2011년까지는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손 교수는 이날 “한국 정부가 경기부양책을 유지하지 않고 성급한 출구전략을 추구하는 실수를 범할 경우 1930년대 미국 대공황이나 1990년대 일본의 ‘잃어버린 10년’과 같은 ‘악몽’을 자초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현재 미국의 신용경색(credit squeeze)은 금융가(월가)에서 실물경제(main street)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며 “미국 정부의 경기부양 여력도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 만큼 더 큰 2차 침체가 올 수 있다”고 주장했다.
손 교수는 미국 경제의 침체는 수출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 한국이 무역흑자를 거둬 고무돼 있지만 이는 수출보다 수입이 더 빨리 줄어 생긴 (불황형) 흑자일 뿐”이라며 “글로벌 교역이 줄면 고용 창출이 안 되고 결국 경기침체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무역흑자를 내는 것보다 무역량(trade volume) 자체를 키우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월가는 한국 경제의 위험도를 미국보다 5배 정도 높게(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 기준) 보는데 가장 큰 이유는 한국의 높은 수출의존도 때문”이라며 “이들이 한국을 잘 몰라서 리스크를 더 높게 보는 면이 있는 만큼 대통령부터 적극 나서 한국 정보를 알리고 투자자와의 관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손 교수는 최근까지 한국 정부의 경제정책이 적극적이고 선제적이었다고 평가하면서 “현 수준의 금리 및 유동성 정책이 유지되면 사람들 사이에 경기 개선에 대한 신뢰가 생겨 기업들의 투자도 살아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귀포=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