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을 불법 점거 중인 금속노조 쌍용자동차 지부(쌍용차 노조)가 27일 노사 간 대화를 촉구했지만 사측은 냉담한 반응을 보여 교섭 전망이 불투명해졌다. 경찰은 이날 이번 사태 발생 이후 처음으로 모의진압 훈련을 실시했다.
한상균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장은 이날 오전 11시 도장공장 옥상에서 기자들과 전화인터뷰를 갖고 “노조는 정부와 사측과 만나 교섭에 임할 것이며 대화기간에 공권력을 일부 후퇴시키고, 신변 보장을 위해 평화구역 설정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협력사들의 파산신청 움직임과 공장을 매각하려 한다는 정황도 알고 있다”며 “파산의 모든 원인과 책임은 사측과 정부에 있다”고 주장했다.
오후 3시 40분경에는 송명호 평택시장과 원유철 한나라당 의원이 공장을 찾아 “주 채권단인 산업은행과 법원, 지식경제부 등을 만나 쌍용차 문제에 대해 조력을 구하겠다”며 “노조는 파업을 풀고, 사측은 구조조정을 중단한 뒤 정상조업을 하라”고 요청했다. 사측은 “회사는 지속적으로 대안을 제시했지만 정치권과 노조는 회사의 노력을 무시하고 있다”고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경찰은 이날 오후 6시 30분경부터 40여 분간 노조원 진압을 위한 첫 모의훈련을 벌였다. 모의훈련에는 11개 중대 1100여 명의 병력과 경찰특공대 60명도 참여했다. 이들은 정문과 남문, 북문 등에서 도장공장을 향해 30여 m까지 접근하며 함성을 지르고 살수차 물대포 등을 쏜 뒤 자진 퇴각했다. 사측은 이날 1750명이 출근해 관리직 1500명이 본관과 연구동에서 업무를 봤다. 250명의 생산직 직원들도 생산라인에 배치돼 프레스공장과 차체공장에서 설비와 시스템을 복구하고 시험 가동을 했다.
한편 이영희 노동부 장관은 27일 쌍용자동차 노조의 파업과 관련해 “생존이 아닌 반기업, 반자본 투쟁이 깔려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기업이 해고를 함부로 해서는 안 되지만 긴박한 경영상의 이유 등 정당한 사유가 있으면 가능하다”며 “노조가 구조조정을 절대로 인정하지 않는 경직된 주장을 가지고 회생보다 파산으로 가고 있는 것이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평택=남경현 기자 bibul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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