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접에 참여 잠재력 심사
올해 입시서 5명 시범 선발
선발후 맞춤교육 인재양성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이 기업가를 꿈꾸는 대학 입학생들을 직접 선발하는 대입 전형이 국내 최초로 도입된다. 한양대는 전현직 CEO들이 입학사정관으로 참여해 미래 기업가로 성장할 잠재력을 갖춘 신입생을 선발하는 ‘CEO 입학사정관제’를 올해 입시부터 도입한다고 29일 밝혔다. 그동안 대학이 기업에서 필요로 하는 인재를 양성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돼 왔는데 기업의 눈으로 인재를 직접 선발한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실험’이라는 게 한양대 측 설명이다.
올해 입시에는 시범적으로 5명 정도를 CEO 입학사정관제로 선발할 계획이다. 지원 형식은 기존 입학사정관제 전형과 같다. 차이는 2단계 면접심사 단계부터다. 1단계 서류심사에서 기업가를 희망하는 학생을 따로 추려 내고 이들에 대한 2단계 면접에서 입학사정관으로 위촉된 전현직 CEO들이 면접관으로 참여하게 된다. 2단계 면접관으로는 대학 교원과 CEO 3명이 한 조로 구성되며 학생 한 명을 3차례 팀을 바꿔가며 면접을 한다. 교원 입학사정관은 학생의 기초학력과 전공 분야 학업능력, 고교 활동 등을 평가하고 CEO 입학사정관은 기업가로서의 잠재력과 모의 창업대회 수상경력 등 관련 활동 내용을 위주로 심사하게 된다.
김종량 한양대 총장은 “대학이 기업에 필요한 인재를 공급하지 못한다는 불만이 많았고, 대학은 기업의 수요를 맞출 수 없어 불균형이 있었다”며 “기업가가 직접 전문가의 눈으로 원하는 인재를 선발하고, 대학도 맞춤 교육을 실시해 제대로 된 글로벌 기업가를 양성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한양대는 올해 입시에서 CEO 입학사정관으로 활동할 10명의 전현직 CEO들을 위촉하기로 했다. 구자준 LIG손해보험 회장, 노기호 LG화학 고문, 류창완 한양대 글로벌기업가센터장, 변봉덕 코멕스 회장, 이순조 명승건축그룹 회장, 정규수 ㈜삼우EMC 회장, 김효준 BMW코리아 사장, 김형기 한국벤처투자 사장, 변대규 휴멕스 사장, 조현정 비트컴퓨터 사장 등 현재 왕성하게 기업 활동을 하고 있는 인사들이다. 주요 대학들은 외부 입학사정관으로 교수나 총장 출신의 원로들로 구성하고 있다.
CEO 입학사정관 위원장으로 예정된 노기호 고문은 “평생 교직에 몸담은 교수들과 평생 기업에 몸담은 CEO가 보는 눈은 확실히 다를 것”이라며 “입사원서를 낸 수많은 사람을 평가하고 평생 동료 기업가들을 봐 온 경험이 학생들을 평가하는 데도 크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순조 회장은 “그동안 대학은 토끼 새끼와 사자 새끼를 제대로 구분하지 못한 채 학생들을 뽑아 놓고 막무가내로 용맹성을 길러내는 식으로 가르쳤다”며 “CEO 입학사정관제에 참여해 사자의 눈으로 사자 새끼를 골라내고 제대로 된 글로벌 기업가로 키우고 싶다”고 의의를 밝혔다.
CEO 입학사정관제로 선발된 학생들은 선발 이후에도 특별 관리를 받게 된다. 선발된 학생들은 기존 정규 과정 수업 외에 8일 문을 연 한양대 ‘글로벌기업가센터’에서 전현직 CEO들에게 생생한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한 실전 전술 강의를 듣는다.
한양대는 이르면 올해 안으로 CEO 외에 고위 행정관료, 언론인, 법조인 입학사정관제도 함께 추진해 분야별 전문성을 살린 입학사정관제를 확대할 계획이다.
신민기 기자 mink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