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투데이]자산배분전략 짜기, 10년 뒤를 보라

  • 입력 2009년 7월 31일 02시 58분


하반기가 시작된 지도 벌써 한 달이 지나간다. 대부분 투자전략가들이 3분기를 조정기라고 예상했지만 첫달부터 주가가 서머랠리(여름에 나타나는 증시상승 현상) 조짐을 보이고 있다. 3분기 조정, 4분기 상승이라는 전망 아래 짠 하반기 자산배분전략이 출발부터 헷갈리게 생겼다. 더구나 상반기 증시가 상승하면서 투자한 주식의 상당부분을 현금화했던 기관이나 개인투자자들은 곤혹스럽다. 1,300 밑으로 떨어지면 다시 매수할 요량으로 기다리는데 점점 반대 방향으로 주가가 치닫고 있으니…. 따라가자니 남 좋은 일 하는 것 같고 쳐다보자니 고통스럽다.

하지만 이런 일이야 증시에서 늘 있는 일이다. 애초부터 하반기 자산운용전략을 세운 것 자체가 무리다. 사실 자산배분전략이라는 것은 1년 단위도 짧다. 자산시장은 한번 움직이면 몇 년을 간다. 반대로 버블 붕괴 뒤에는 수년 동안 조정기를 거치게 된다. 2000년 버블 붕괴 이후 2003년 3월 500대에서 시작한 증시 대상승은 2007년 10월 2,070까지 무려 5년 가까이 지속되었다. 또 부동산시장도 비슷한 시기에 5년 이상 연속 상승했다. 이런 사례들을 보면 1년 또는 6개월의 단기간 위주로 자산배분전략을 짰다가는 큰 흐름을 놓칠 확률이 높다. 더구나 지금은 대공황 이래 최악이라는 금융위기에서 서서히 벗어나는 과정이다. 위기 이후의 수년간을 생각하면서 그야말로 ‘큰 틀’에서 자산배분전략을 고민해야 할 때다.

그런데 장기 자산배분전략을 짜기 위해서는 향후 10년 정도의 국운(?)에 대한 혜안이 필요하다. 어떤 이는 강성노조와 국회를 보면서 고개를 가로젓는다. 하지만 이는 한국의 민주주의가 성숙해 가는 통과의례이기 때문에 그 비용으로 결코 비싼 것만은 아니다. 한편 산업 측면에서는 위기 이전보다 훨씬 유리한 고지에 올라섰다. 환율이 기여한 부분이 상당하지만 주력산업인 반도체, 정보통신, 철강, 자동차, 화학, 전자, 조선 등은 위기 이전보다 더 많은 이익을 내고 있다. 또 지금은 최악의 변수로 생각되는 북한 문제가 상황에 따라서는 최고 재료로 부상할 수도 있다. 결론적으로 지금부터 ‘코리아 디스카운트’ 요소가 ‘코리아 프리미엄’으로 바뀌고 있다는 얘기다.

선진국의 예를 보면 국민소득이 2만 달러에서 4만 달러까지 가는 과정에서 금융자산이 기하급수적으로 축적된다. 특히 증시의 상승이 두드러진다. 미국은 그 과정에서 다우존스가 4배나 올랐다. 반면 부동산이 여전히 개인 자산의 85%를 차지하는 우리나라에서는 부동산에서 금융자산으로의 이동은 필수이다. 위기 이후 가장 중요한 출발선에서 어떤 자산에 비중을 두느냐가 평생 부를 가른다. ‘하반기’ 자산배분전략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10년 자산배분계획을 세워야 한다.

이상진 신영자산운용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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