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가계 부실대출 회수 나선다

  • 입력 2009년 8월 3일 02시 55분


시중銀 부실채권 줄이기… 대출심사 대폭 강화
주택담보대출, LTV 축소-DTI 확대 방안 검토

정부가 연말까지 시중은행의 부실채권 보유 비율을 총 여신의 1%로 낮추도록 하는 등 강도 높은 건전성 강화를 요구하면서 앞으로 가계와 기업이 은행에서 대출 받기가 훨씬 더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은행들은 부실채권 비중을 1%로 낮추기 위해 부실 우려가 있는 기존 여신의 회수와 채권 추심 활동을 강화하는 한편 하반기 새로운 부실대출이 늘어나는 것을 막기 위해 가계와 기업의 신규 대출심사를 대폭 강화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시중은행들은 대출심사를 강화하고 우량기업에 대해 선별 대출하는 등 건전성 관리에 초점을 맞춰 하반기 영업 전략을 수정하고 있다.

국민은행은 하반기 우량 담보가 있거나 보증이 있는 대출 등을 제외하고는 가급적 대출을 늘리지 않을 계획이다. 또 신용도가 좋은 고객을 위주로 신규 대출을 해줄 방침이다. 하나은행도 공격적인 대출 영업을 자제하고 자산 건전성 확보에 중점을 두기로 했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잠재 부실을 줄여 자산 건전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신규 대출이나 대출 만기 연장 심사를 강화할 수밖에 없다”며 “하반기 우량 담보나 보증, 부동산 100% 담보 외에는 대출을 늘리지 않고 현상 유지를 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여기다 금융당국이 지난달 7일 수도권 지역의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을 60%에서 50%로 낮춘 데 이어 향후 추가 규제 도입까지 검토하고 있어 하반기에는 주택담보대출을 받기가 더 어려워질 수 있다.

금융당국은 8월 말까지 집값과 주택담보대출 추이를 지켜본 뒤 LTV를 40%로 더 낮추거나 현재 투기지역인 서울 강남 3구(40%)에만 적용되는 총부채상환비율(DTI)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은행들은 또 주택담보대출 외에 가계 신용대출에 대해서도 신용도와 채무상환능력 등의 심사를 강화할 계획이어서 가계 대출 문턱은 지금보다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김창수 하나은행 아시아선수촌센터 PB팀장은 “LTV, DTI 규제가 강화되고 은행이 자체적인 신규 대출심사 기준을 강화하면 주택담보대출 한도가 줄거나 대출 자체를 거절당할 수 있다”며 “은행 대출 계획이 있다면 연체나 제2금융권 대출을 빨리 없애고 주거래은행으로 공과금이나 신용카드 이체 등의 거래를 집중해 신용점수를 높이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은정 신한은행 분당PB센터 팀장은 “세금이나 휴대전화 요금 등 사소한 연체도 발생하지 않도록 기본적인 신용도 관리에 충실해야 한다”며 “대출심사 기준이 강화되기 전에 미리 대출을 받아놓는 것도 방법”이라고 전했다.

하반기에는 신용등급이 낮은 중소기업 또한 돈 빌리기가 더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기업은행은 유망 중소기업을 선별해 대출해준다는 방침을 세웠다. 또 이달 6일부터 수출용 원자재 등 수입 신용장을 개설할 때 내는 수수료를 중소기업 신용도에 따라 5등급으로 나눠 차등 적용하기로 했다. 지금까지는 신용등급에 상관없이 0.25%의 기본요율을 일괄 부과했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제시한 부실채권 1% 룰을 맞추기 위해 대기업이나 유동성이 좋은 중소기업 등 우량기업을 선별해 대출을 확대하고 부실 가능성이 있는 대출은 회수할 것”이라며 “신용도가 떨어지는 기업은 대출받기가 어려워질 수 있지만 우량 기업의 차입 환경은 더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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