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국정원, 금융거래 영장없이 조회 추진 논란

  • 입력 2009년 8월 3일 02시 55분


테러방지 목적 2000만원 이상
정치권 “특정인 뒷조사 악용 우려”

국가정보원이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에 통보된 2000만 원 이상 금융거래정보를 영장 없이 볼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테러자금조성이나 자금세탁을 막으려는 취지지만 국정원이 개인과 법인의 금융거래 사실을 확보해 정치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는 정치권의 우려가 제기돼 법 개정 과정에 논란이 일 것으로 예상된다.

2일 국정원과 금융당국에 따르면 국정원은 은행, 상호저축은행, 보험사, 증권사 등에서 FIU에 보고한 금융거래정보를 수시로 제공받는 한편 수사에 필요하면 별도로 정보를 요구할 수 있도록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금융정보 보고법)’을 개정하기 위해 FIU와 협의 중이다. 현행 금융정보 보고법은 테러자금조성 등 수사에 필요하다고 인정될 때 FIU 원장이 금융정보를 검찰총장, 경찰청장, 국세청장, 관세청장, 중앙선거관리위원장, 금융위원장 등 6곳에만 제공하도록 했다. 금융정보 보고법이 이런 방향으로 바뀌면 국정원장은 △테러자금조성이나 자금세탁에 이용될 것으로 의심되는 2000만 원 이상인 혐의거래 현황 △3000만 원 이상인 고액현금거래 현황 △외국 정보분석기구가 국내로 보내온 정보 등을 FIU를 통해 직접 제공받을 수 있다. FIU는 거래자의 인적사항, 거래 날짜 및 장소, 거래금액, 거래에 이용된 상품의 종류 등이 포함된 세부자료를 국정원 등에 넘기게 된다.

FIU 자료 중 수사의 핵심정보로 활용되는 혐의거래 건수는 지난해 9만2093건으로 2007년보다 4만 건(75%)가량 증가했다. 하지만 국정원은 지금까지 검찰이 FIU에서 받은 금융정보를 가끔 열람했을 뿐 FIU 자료를 이용하는 데 제약이 많았다. 국정원은 작년 10월 발의된 뒤 국회에 계류 중인 ‘국가 대테러활동에 관한 기본법(테러방지기본법)’ 제정안에서 테러위험인물의 금융거래 정보를 수집할 권한을 국정원에 부여한 만큼 이 법 제정에 맞춰 금융정보 보고법도 개정해야 한다는 판단이다.

반면 민주당을 중심으로 한 야당 의원들과 일부 한나라당 의원은 국정원이 FIU에서 받은 정보를 특정인의 뒷조사에 이용하는 등 정치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며 법 개정에 반대할 것으로 보인다. 국회정보위원회 간사인 박영선 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9일 당내 고위정책회의에서 “테러방지기본법이 제정되면 금융거래내용을 국정원장이 영장 없이 맘대로 볼 수 있어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

신석호 기자 kyl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