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박 4일간의 쌍용자동차 노사 협상이 2일 결렬된 뒤 “채권단의 청산절차와 경찰의 강제해산 절차가 시작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는 등 경기 평택공장 안팎에 다시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공장을 점거 중인 노조원들 사이에서는 처벌에 대한 불안감과 집행부 불신이 확산되면서 이탈자가 크게 늘고 있다. 특히 밤이 되면서 강성 노조원들의 눈을 피해 이탈하는 노조원이 늘어 이날 오후 11시 40분 현재 80명으로 집계됐다. 노사 간 본격 대치가 시작된 이후 이탈자가 40명 안팎인 것을 감안하면 노조원들과 강성 대의원들 간의 분열이 심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탈자들은 정문 경비실에서 무급휴직이나 희망퇴직을 선택한 뒤 경찰의 간단한 조사를 받고 귀가했다. 이날 오후 2시경 농성장을 빠져나온 한 노조원은 “협상이 결렬돼 실망이 크다”며 “(협상 결렬) 소식을 듣고 노조원 상당수가 동요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과 사측은 “3일 새벽까지 이탈자가 100명을 넘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경찰은 경계를 늦추지 않고 있다. 경기지방경찰청 관계자는 “당초 노사 대화 결과를 낙관하지는 않았다”면서도 “아직 공권력 투입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다”며 신중한 자세를 보였다. 하지만 그는 “대화 재개 이전과 현재 상황에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며 언제든지 경찰력을 투입할 수도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
실제로 협상 과정 중에는 비행을 멈췄던 경찰 헬기가 다시 상공에 나타나는 등 분위기는 ‘강경 모드’로 빠르게 바뀌고 있다. 현재 공장 주변에는 경찰 30여 개 중대 3000여 명이 배치됐다.
‘자체 진입’ 방침을 밝힌 사측은 더욱 급박하게 움직이고 있다. 사측은 이날 낮 12시 10분경 노조원들이 점거 중인 도장1, 2공장의 전기 공급을 중단했다. 전기가 끊긴 채 1주일가량 지나면 도료가 굳어 수십억 원의 피해가 발생하기 때문에 사측은 그동안 단전조치를 미뤄왔다. 또 용역업체 직원 300여 명과 보호 장비를 장착한 지게차도 공장 곳곳에 배치했다. 이에 앞서 사측은 이날 오전 협상 결렬 선언과 함께 “(공장 진입을) 시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평택=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