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기술 세계최고… 美-日-中과 비축기지 경쟁

  • 입력 2009년 8월 3일 02시 55분


■ 국내 3번째 울산 석유비축기지 공사 현장

한국석유공사의 울산 원유비축기지 안에는 돌과 흙으로 이뤄진 거대한 ‘산’이 하나 있다. 20t 덤프트럭 21만 대 분량의 이 산은 지하 동굴 비축기지를 만들기 위해 퍼낸 골재가 쌓여 만들어졌다. 골재 가격만 110억 원에 이른다. 더구나 “이 산은 공사를 위해 파낸 전체 분량의 10%도 되지 않는다”는 것이 윤관용 석유공사 울산건설사무소 토목부장의 설명이었다. 지하 동굴은 얼마나 큰 걸까.

지난달 31일 기자가 방문한 석유공사의 울산 지하 비축기지는 공사가 한창 진행되고 있었다. 완공은 내년 2월로 예정돼 있지만 이달 말 입구를 막는 공사를 시작하기 때문에 사람이 동굴 안에 들어가 볼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3m 두께로 입구를 막는 공사에는 3개월 정도가 걸린다고 한다. 시운전은 내년 1월부터.

○ 10층 아파트 높이에 6차로 도로 폭

지하 동굴의 크기는 높이 30m, 폭 18m, 총길이 2km다. 쉽게 설명하자면 10층 아파트 높이에 6차로 도로의 폭, 1일 개장한 서울 광화문광장 4개를 이은 길이와 같다고 보면 된다. 이 안에 저장할 수 있는 석유의 양은 650만 배럴. 이는 지난해 1일 소비량으로 계산했을 때 우리나라가 3일 정도를 쓸 수 있는 양이다. 2000cc 자동차 5억1600만 대에 기름을 가득 채울 수 있는 양과 같다.

4륜 구동 차량을 타고 5분 정도 남산 터널만 한 크기의 작은 터널을 내려가자 지하 비축기지가 모습을 드러냈다. 암반에 4.5m 깊이의 구멍을 동시에 3개 뚫을 수 있는 점보드릴 차량이 돌아다니고, 인부들은 배관공사 등을 하느라 여념이 없다. 윤 부장은 “2005년 10월 이후 매년 설 연휴 5일, 추석 연휴 5일을 제외하고는 하루도 공사를 멈춘 적이 없다”고 말했다.

지하 비축기지는 지상의 석유 탱크 비축보다 경제적 이득이 많다. 우선 공사비는 30∼50%, 운영비는 80%가 적게 든다. 지진 등과 같은 자연재해에도 안전하다. 지상에 짓는 체육관 1개 정도 크기의 기름 탱크는 10년에 1번 정도 원유를 빼고 점검을 한다. 이때 드는 비용이 기당 12억 원에 이른다. 청소하고 도장을 한 뒤에 다시 기름을 채우려면 거의 6개월이 걸린다고 한다. 반면 원유를 지하 동굴에 보관하면 관리 비용이 거의 들지 않아 반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더구나 지하 비축기지의 복잡한 공사 기술은 한국이 세계 최고 수준이다.

○ 경쟁적인 석유 비축

울산 지하 비축기지는 지하 동굴형 원유 비축기지로는 경남 거제와 전남 여수에 이어 국내 3번째다. 한국은 이미 국제에너지기구(IEA)의 비축 권고량보다 많은 양을 비축하고 있다. 하지만 세계 각국은 경쟁적으로 석유 비축기지 건설에 나서고 있다. 특히 세계 석유 소비량 기준으로 2위인 중국은 이미 1억 배럴가량 원유를 비축해 놓은 상태이며, 국무원에서 최근 2단계 건설계획을 승인했다. 올해 안에 착공할 것으로 보이는 2단계에서는 전략 비축 용량이 1억7000만 배럴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정년창 석유공사 비축관리팀장은 “국내 석유 비축량은 소비량 기준으로는 민간 비축을 합쳐 69일분으로 미국 74일, 일본 115일에 비해 부족하다”며 “유전확보와 함께 전략적 석유비축계획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울산=김선우 기자 sublim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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