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견만 하고 회사 정상화를 늦추는 제3자는 그만 나가라.”
쌍용차 평택공장을 불법 점거 중인 노조원들에 대한 경찰의 진압작전이 한창이던 5일 오전 9시 반경. 사측 직원들은 노조원을 지지하는 시민단체와 대학생 등이 회사 정문 앞에 설치해 놓은 천막을 철거하기 시작했다. 천막을 철거당한 시민단체와 대학생들이 반발하면서 쌍용차 정문 일대는 깨진 보도블록과 소화기 분말이 날아다녔다. 한 시간 가까운 양측의 힘겨루기 끝에 시민단체와 대학생 등 100여 명은 정문 앞 도로 맞은편으로 밀려났다.
하지만 끝까지 자리를 뜨지 않은 이들도 있었다. 민주노동당 강기갑 대표와 이정희 의원, 민노당 당직자 등 30여 명이었다. 사측 직원 100여 명이 이들을 에워쌌고 양측의 충돌을 우려한 전투경찰 수십 명의 보호를 받으며 이들은 한 시간 넘게 고립됐다. 사측 직원들은 외부 인사들을 향해 분노를 쏟아 냈다.
“국회의원이면 다냐” “노동자를 대변한다면서 공장 점거 노조원만 노동자냐” “500명을 위해서 20만 명이 죽으라는 얘기냐”….
그동안 각종 집회 현장과 국회에서 자주 보여줬던 강 대표의 ‘날아다니는’ 모습을 이번에는 볼 수 없었다. 사측 직원들의 고함과 질타에 강 대표와 민노당 관계자들은 별다른 대응을 하지 못했다.
지난 선거에서 민노당에 표를 던졌다는 한 직원은 “마이크를 줄 테니 할 말이 있으면 여기 있는 노동자부터 설득해보라”고 항의하기도 했다. 분을 이기지 못한 일부 직원은 민노당 관계자들을 향해 물병을 던지기도 했다.
강 대표는 고립에서 풀려난 뒤 오후 3시경 쌍용차 앞에서 기자회견을 자청했다. 그는 “정부는 쌍용차에 공적자금을 투입하라. 노노(勞勞) 갈등은 안 된다”는 기존의 원론적인 말만 되풀이했다. 이를 지켜보던 한 사측 직원은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듣고 있자니 서글프네요. 우리도 회사 살리러 나온 노동자입니다. 지금은 ‘사측 직원’이라고 불리지만요. 회사 진입할 때 앞장서기 싫은 적도 있었습니다만 지금은 다릅니다. 우리에겐 지금 조업 재개가 무엇보다 중요하니까요.”
평택=우정열 기자 passi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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