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업종별 기상도 기계산업 가장 큰 혜택 기관차 관세 5년내 철폐 완성차도 가격경쟁력 도움
한국과 인도가 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CEPA)을 7일 정식 체결함에 따라 기계, 자동차 부품, 화학 중심으로 수출 증가가 예상된다. 인도산 수입 증가로 큰 타격을 입을 업종은 별로 없지만 섬유 분야의 경우 시장개방 정도가 약해 CEPA의 혜택을 보기 힘들 수 있다. 또 업종에 대한 한-인도 CEPA의 영향은 당장 나타나기보다는 중장기적으로 기다려 봐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상당수 품목이 수년간에 걸쳐 단계적으로 관세를 낮추도록 돼 있기 때문이다. 전체적으로 봤을 때 한-인도 CEPA 발효 10년 뒤 연평균 수출 증가액은 수입 증가액보다 4배 이상 클 것으로 보인다. 산업연구원(KIET)은 연평균 수출이 1억7700만 달러, 수입이 3700만 달러 늘어 인도에 대한 무역 흑자가 연간 1억4000만 달러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 기계, 자동차 부품, 전자 ‘맑음’ 한-인도 CEPA 체결에 따른 과실 중 가장 큰 몫은 중장비와 보일러 등이 포함된 기계산업 분야에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 KIET는 기계 분야의 경우 한-인도 CEPA 발효 뒤 10년간 수출이 매년 평균 4200만 달러씩 늘어날 것으로 분석한다. 주력 수출품인 건설기계와 공작기계의 관세(7.5%)는 8년 안에 단계적으로 없어진다. 기관차의 관세(10%)는 5년 안에 없어져 유럽이나 일본 업체보다 고속전철 시장을 선점할 수 있다. 인도의 건설산업이 성장하고 있어 엘리베이터 관세(12.5%) 철폐도 수출에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3억 달러를 기록하며 대(對)인도 최대 수출품이 된 자동차 부품은 현행 관세율(12.5%)이 협정 발효 뒤 8년간 1∼5%로 낮아진다. 이로써 자동차 부품을 중심으로 한 자동차산업은 수출이 매년 평균 3000만 달러가량 늘 것으로 분석된다. 완성차는 비록 관세 철폐 대상에서 빠졌지만 부품이 저렴하게 공급돼 현지 시장에서 팔릴 완성차의 가격이 내려갈 수 있다. 현대·기아자동차 관계자는 “지난해 인도에서 판매한 차량만 25만 대로 점유율 2위를 차지했다”며 “인도 내수에서 가격경쟁력을 확보해 도요타자동차 등 일본 업체와의 경쟁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KOTRA는 철강을 최대 수혜 분야의 하나로 꼽았다. 인도는 다른 품목에 비해 유독 철강에 대한 관세를 빈번하게 바꿔 한국으로선 현지 판매에 어려움이 있었다. 이제 5%인 관세가 5∼8년 안에 단계적으로 없어지면 가격경쟁력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전기·전자 분야도 수출에 탄력을 받을 수 있다. 한국 전기·전자업체들은 최근 미국과 유럽 시장에서 소비가 급격히 위축되자 신흥시장을 적극 공략하고 있다. 품목별로는 변압기, 배전 자동화기기 등 중전기기(전력 공급에 필요한 각종 장비나 기기)와 전자의료기기의 활약이 특히 기대된다. 다만 반도체와 휴대전화 등 현재의 주력 수출품은 대부분 이미 무관세여서 별다른 수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 섬유는 혜택 보기 힘들 듯 당장 인도산 수입 물량이 급증해 피해를 볼 업종은 없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다만 섬유의 경우 수출 확대를 기대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양국이 워낙 민감하게 여기는 업종이라서 시장의 벽을 별로 낮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식경제부 관계자는 “섬유 가운데 면사에 대한 관세 인하를 예상했지만 결국 현행 관세를 유지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우리나라는 20만2000t의 면사를 수입했는데, 이 중 인도산이 7만2000t으로 36%를 차지했다. 정밀화학의 경우 수입량이 늘기는 쉽지만 교역구조상 큰 타격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인도로 의약, 도료, 접착제 등을 수출하고 의약품 중간재와 염료 및 안료의 중간재를 수입하는 형태이기 때문이다. 인도에 대한 수입의존도가 높은 중간재를 무관세로 들여오면 국내 완성제품의 가격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KIET는 이들 품목을 포함한 인도산 화학제품 수입액이 CEPA 발효 후 첫 10년간 연평균 800만 달러가량 늘어날 것으로 추정한다.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과 달리 농림수산업 분야에서 파장은 거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각국에서 농림수산업의 민감성이 높다는 것을 서로 인정해 모두 낮은 수준의 개방에 합의한 것. 농산물은 1451개 품목 가운데 쌀, 보리, 돼지고기 등 650개 품목을 양허대상에서 제외했다. 망고(관세율 30%), 후추(8%) 등 국내에 생산 기반이 있는 299개 품목은 ‘민감 유형’으로 분류해 8년 안에 현행 관세의 절반만 낮추기로 했다. 수산물의 경우 냉동갈치, 냉동꽃게, 냉동새우 등은 인도에서 많이 수입하는 품목이지만 양허 대상에서 제외했다. 이들 품목은 한국이 인도에서 수입하는 수산물 총액 중 82.9%를 차지한다.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김선우 기자 sublim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