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정부, 동네슈퍼 공동브랜드 추진

  • 입력 2009년 8월 7일 02시 59분


대기업 슈퍼 대응책 … 연내 10개 시범점포 신설

독립가맹점 방식 운영… 자본-노하우 부족이 과제

정부가 동네 슈퍼마켓을 모아 공동 브랜드를 만들고 이를 ‘독립가맹점’ 방식으로 운영하기로 했다. 독립가맹점은 프랜차이즈와 달리 가맹점이 본부에 수익금을 떼어주지 않아도 된다.

중소기업청은 이 같은 내용을 핵심으로 하는 ‘소상공인 경쟁력 강화 대책’을 4일 청와대에 보고했다. 중기청은 올해 안에 10개 안팎의 시범가맹점을 신설할 계획이다. 정부는 이를 통해 동네 슈퍼마켓들이 대기업 슈퍼마켓(SSM)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자생력을 갖추도록 할 방침이다.

6일 동아일보 산업부가 중기청으로부터 단독 입수한 보고서에 따르면 정부는 소상공인들이 SSM에 밀릴 수밖에 없는 것은 물류와 서비스, 재고 및 매장관리 등에서 뒤지기 때문으로 보고 지역별로 민간사업자가 운영하는 체인(가맹) 본부를 통해 이들을 체계적으로 관리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공동 브랜드에 가입을 희망하는 동네 슈퍼마켓 매장에 적정 재고와 물류, 진열방식 등을 알려주는 유통정보 시스템을 도입할 예정이다. 또 △공동 구매(체인본부로부터 전체 물량의 최대 50% 조달) △공동 브랜드(동일한 간판 사용) △공동 직원 유니폼 △숍인숍(커피테이블 및 광고 모니터 설치) 등도 도입하기로 했다.

이 방안이 프랜차이즈와 다른 점은 수익금 배분 여부. 프랜차이즈의 경우 대개 체인본부에 이윤의 30∼40%를 떼어줘야 한다. 하지만 중기청의 독립가맹점 시스템에서 체인본부를 운영하는 지역별 민간사업자들은 가맹점으로부터 가입비와 공동구매에 따른 제품 판매비 등을 받아 수익을 내게 된다.

중기청은 공동브랜드 육성을 위한 내년도 사업예산으로 1000억 원을 신청하고, 크게 두 가지 방식으로 가맹점 지원에 나설 계획이다. 우선 약 5000억 원 규모인 소상공인 정책자금에서 가입을 원하는 상인들에게 무보증으로 최대 5000만 원까지 빌려줄 방침이다. 다만 예산 낭비를 막기 위해 소상공인들이 제출해야 하는 사업계획서와 자금 수요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차등 지원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유통정보 시스템 설치와 인테리어 개선 공사 등의 비용으로 1인당 200만∼300만 원의 보조금을 추가 지급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 일부 전문가는 세원 노출을 꺼리는 소상공인들의 특성과 낮은 자본력이 발목을 잡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중앙대 이정희 교수(산업경제학)는 “2001년 정부가 매장 정보화를 위해 ‘디지털 유통점포 인증제’를 시행했지만 매출액 공개로 세금이 늘어날 것을 우려한 소상공인들이 참여를 꺼려 사실상 실패한 바 있다”며 “아무리 좋은 유통시스템을 구축해도 지역 상인들을 끌어들이지 못하면 예산만 낭비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소상공인들의 자금력과 노하우 부족도 풀어야 할 숙제다. 기은경제연구소 조봉현 연구위원은 “원가절감을 위한 ‘공동 물류센터’가 소상공인들의 자본력과 협상력의 한계로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음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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