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이 이달 대우건설에 대한 조사를 끝내고 인수의향서를 접수하기로 함에 따라 인수를 추진해 온 업체들의 발걸음이 바빠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거론되고 있는 후보 업체에는 LG, 포스코, 롯데, 효성, 한화 등 국내 업체 이외에도 벡텔, 파슨스 등 세계적인 건설기업도 있어 눈길을 끈다.
벡텔과 파슨스는 설계와 공사관리 분야에서 세계 1, 2위를 다투는 미국 업체들이다. 이들이 대우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아시아와 중동 건설시장에서 높은 대우건설의 인지도 때문이다. 지난해 아시아 건설시장 규모는 1조2984억 달러로 전 세계 건설시장(5조234억 달러)의 38%에 달한다. 또 아시아는 2011년까지 연평균 6.5%씩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노른자위 시장이기도 하다. 중동지역은 최근 유가가 고공행진을 하면서 공사 물량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따라서 대우를 앞세우면 이런 지역 물량 수주에 유리하다는 분석이다. 벡텔은 2006년 금호아시아나그룹이 대우건설을 인수할 당시에도 싱가포르투자청과 함께 유력한 인수 후보로 거론됐었다.
대우건설의 해외 매각 가능성에 전문가들은 호의적인 반응을 보인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의 김민형 연구위원은 “대우건설로서는 세계적인 회사의 네트워크를 활용해 영업력을 극대화할 수 있고, 벡텔이나 파슨스는 아시아 시장에 직접 진출할 때 발생하는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후보로 거론되는 국내 업체들은 대부분 인수 추진에 대해 ‘사실이 아니다’라며 부인하고 있다. 증권가는 이를 인수가격을 낮추기 위한 전략으로 보고 있다. 2006년 매각 때 인수업체 간에 경쟁이 달아오르면서 가격이 급등했고, 이를 감당하지 못해 3년 만에 대우건설을 다시 내놓은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전철을 밟지 않겠다는 뜻이다.
거론되는 후보군 중에는 지난해 건설업체인 진흥기업을 인수한 효성과 2006년 대우건설 1차 매각 때 참여한 한화가 포함돼 있다. 특히 한화는 대우조선해양 인수가 무산되면서 자금 여력이 풍부해 유리하다는 분석이다. 건설 계열사가 없는 LG의 경우 2004년 GS와 계열분리를 하면서 맺은 5년간 주력사업 영역을 침범하지 않겠다는 신사협정이 지난달 1일로 종료되면서 강력한 인수 후보로 떠올랐다. 그동안 인수 의사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던 포스코도 관심을 드러내 눈길을 끈다. 정준양 포스코 회장은 6일(현지 시간) 멕시코 공장 준공식에서 “예쁜 여자(매력적인 매물)가 나왔으니 쳐다는 보고 있다”고 말한 것.
한편 익명을 요구한 한 증권사 관계자는 “대우건설 실사가 끝나면 추가적인 부실사업이 드러날 가능성도 있다”며 “이 경우 후보업체로 거론된 업체들 가운데 발을 빼려는 곳이 나올 수 있어 상황은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정혜진 기자 hyejin@donga.com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