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지난해 말 닥친 경제위기로 중국은 새로운 도전에 마주쳤다. 해안선을 따라 발달한 수출기업들이 도산 위기에 몰린 것이다. 중국의 선택은 2조 달러의 외환보유액에 기댄 재정정책을 총동원하는 것뿐이었다. 결국 중국은 4조 위안의 재정을 투입하기로 결정했다. 그중 상당액은 가전하향(家電下鄕), 이구환신(以舊換新) 등의 소비부양책에 사용됐다. 중국 인민들은 가전과 자동차 소비를 늘렸고 이는 한국 기업들의 수출에 직접적인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하지만 이 구조를 좀 더 깊이 들여다보면 몇 가지 문제가 눈에 띈다. 그중에서 중국 은행의 신규 대출 대부분이 국영기업과 부동산기업에 몰린 점이 두드러진다. 이는 중국이 막대한 경기부양자금으로 다시 국영기업의 지배력을 강화하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특히 중국 정부는 대체 에너지 분야나 운송 에너지 기업 등 그동안 민간이 개척한 사업영역에 대해 반강제적인 통합과 국유화에 나서고 있다. 명분은 구조조정이다. 자본주의의 원조인 미국마저 제너럴모터스(GM)와 은행의 국유화에 나서는 마당에 사회주의 중국으로서는 너무나 당연한 조치라는 것이다.
여기에는 여러 가지 의미가 있다. 하나는 앞으로 중국 정부가 효율성을 앞세운 시장경제 원리보다는 자원보호주의나 고용안정성에 더 비중을 둘 것이라는 신호다. 둘째는 중국의 은행과 기업 시스템이 지금보다 더 강력한 국가 통제 아래 들어가면서 기업의 부실 규모와 가치를 적정하게 평가하기 어렵게 된다는 점이다.
지금 중국 정부는 중산층에 대해서는 주식과 부동산의 활황으로 자산의 장부 가치를 높이고 하위계층에는 국유기업을 통해 일자리를 보장하는 것이 최대의 목표가 되어버린 셈이다.
박경철 경제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