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까지 북한 모래 수입을 통해 재미를 본 모래수입업체 A사는 최근 3개월째 직원 30명에게 월급을 주지 못하고 있다. 북한의 로켓 발사와 개성공단 민간인 억류 등으로 남북 관계가 급속히 냉각됨에 따라 통일부가 올해 4월 초부터 선박 운항을 중단시켜 북한으로부터 모래 수입이 전면 중단됐기 때문이다. 이 업체 관계자는 “황해남도 해주시에서만 모래를 채취해 파는 업체가 지난해 말까지 19곳에 이르렀지만 지금은 7곳만 남아있다”고 말했다.
10일 레미콘업계에 따르면 서울 경기 등 수도권 수요량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북한산(産) 모래 반입이 중단되면서 모래 품귀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특히 인천 옹진군과 충남 태안군 일대 골재용 바닷모래 채취 허가기간마저 종료되면서 모래를 제때 공급받지 못하는 레미콘 회사들이 전전긍긍하고 있다. 레미콘은 시멘트 60%에 모래와 자갈 등 골재를 섞어 만든다.
그나마 바닷모래를 채취할 수 있는 곳으로 수도권에서 가장 가까운 지역은 전북 앞바다 이지만 이곳 모래는 워낙 가늘어 잘 뭉쳐지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 원가가 비싼 다른 모래와 섞어 쓸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 업계 관계자의 얘기다. 유진기업 측은 “해주의 경우 20∼25m 아래의 바닷모래를 채취하지만 국내에서는 먼 바다로 나가 100m 아래에 있는 모래를 채취해 비용이 상승할 수밖에 없다”며 “이래저래 원가 인상 부담만 더해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레미콘업계는 여름 장마철 비수기를 지나 각종 공사가 재개되는 8월 이후 인천 청라·송도, 파주 운정·교하 등 건설현장의 레미콘 수요가 급증할 경우 레미콘 공급에 차질이 빚어지고 공사 중단 사태 등도 벌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는 분위기다. 올해 말까지 수도권 골재 소비량은 최소 1000만 m³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나 모래 재고는 거의 바닥이 난 상태다.
골재 가격 인상도 걱정되는 대목이다. 최근 2개월 사이 모래 가격이 t당 1만4000원에서 1만6000원 수준까지 올랐다. 레미콘업계 관계자는 “최근 건설사와 어렵게 레미콘 가격 인상에 합의했지만 시멘트 가격 인상분만 반영하는 등 사실 만족스러운 수준이 아니었다”며 “골재업체들을 중심으로 가격을 올려달라는 골재파동이 일어나지 않을까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레미콘을 만드는 데 필요한 시멘트 가격이 3월 18.4%나 올랐지만 정작 레미콘 가격은 4.6% 오르는 데 그쳤다”며 “요즘은 건설업체, 시멘트업체에다 골재업체에까지 치이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정효진 기자 wiseweb@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