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엔 열성이더니 서비스는 뒷전?”…KT 이용자들 분통

  • 입력 2009년 8월 11일 16시 03분


"기다려 주세요. 전산장애로 업무 처리가 지연되고 있습니다."

최근 KT로 번호이동을 하거나 기존 가입자 가운데 기기를 교체한 휴대전화 이용자들은 KT 고객센터의 이 같은 멘트에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KT의 통합 전산시스템 오류가 일주일이 넘도록 수정되지 않아 서비스가 비정상적으로 제공되는데도 상담원들은 "기다리라" "양해해 달라"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기 때문이다.

KT는 통합 전산시스템인 'N 스텝' 가동을 위해 지난달 31일부터 이달 3일까지 60시간 동안 신규가입, 번호이동, 해지 등 일부 고객 서비스를 중단했다. 그러나 KT 고객센터에 따르면 이 시스템은 당초 고지한 기간이 훨씬 지난 11일 오전까지도 정상적으로 운영되지 않고 있다.

KT 측은 "기기 변경, 개통 등 평소엔 1분 이내에 처리될 일부 업무가 전산장애로 지연되면서 10분 이상 걸린다"며 "아직 처리하지 못한 신청 내역이 한참 밀려 있어 정확하게 언제쯤 서비스가 정상화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해명했다.

인터넷 게시판 등에는 "기기를 새로 장만했는데 KT 전산시스템 오류로 일주일이 넘도록 휴대전화가 개통이 안 된다" 등 누리꾼들의 불만이 쇄도하고 있다. 사전에 기기를 구입한 판매 대리점은 물론 KT 측에서도 이 같은 설명을 하지 않아 불편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네이버 등 포털사이트 검색창에는 가입자들의 불만이 폭주하면서 'KT 전산장애'라는 검색어가 따로 입력돼 있을 정도다.

한 이용자는 "고객센터에 전화를 걸어도 상담원이 앵무새처럼 '양해를 부탁한다' '기다려 달라'는 말만 할 뿐 언제 전화를 쓸 수 있는지 정확히 알 수 없다고 한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KT의 전산 관련 업무를 전담하는 부서가 문제의 원인이나 서비스 정상화 전망 등을 고객센터에도 제대로 설명해주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KT 홈페이지에는 내부 전산시스템 문제가 유발한 서비스 장애에 대해 구체적인 설명이나 사과문도 공지돼 있지 않은 상태다. 이용자들이 서로 서비스 불만과 정보를 공유하고 문제를 제기할만한 공개게시판도 운영하지 않고 있다.

피해자는 고객에 그치지 않는다. SK텔레콤 LG텔레콤 등 경쟁사들도 번호이동 등 KT와 연계된 서비스가 제대로 처리되지 않아 불편을 겪고 있다. KT에서 이들 업체로 번호이동을 한 이용자들이 "개통이 안 된다"며 SK텔레콤, LG텔레콤 고객센터에 항의해 업무에 차질을 빚고 있다.

KT 관계자는 "이번 영업전산 업그레이드 작업은 고객서비스를 극대화하기 위한 새로운 시스템 도입 작업이었으나, 초기 안정화에 따른 오류 발생으로 인해 고객에게 불편을 드려 죄송하다"면서 "조만간 새로운 업무환경에 적응해 안정적인 서비스가 이뤄질 예정이며 불편을 겪은 고객을 위해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KT는 10일 오후에도 전산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운영되지 않자 SK텔레콤, LG텔레콤에 "시스템을 다운시킨 뒤 다시 복구하겠다"고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가 지속되자 KT가 KTF와 합병한 뒤 '올레' 등 기업 브랜드 홍보를 위해 광고에는 대대적인 물량공세를 펼치면서, 정작 가장 중요한 고객서비스에는 소홀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KT의 전산장애로 인해 휴대전화 이용에 불편을 겪고 있는 회사원 송모 씨(28)는 "KT는 서비스에 대한 고객들의 만족이 TV광고 수십 편을 방영하는 것보다 훨씬 더 효과적인 홍보 방법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남원상 기자 surre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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