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임도 환율도 ‘뚝’… 해운社 추운 여름

  • 입력 2009년 8월 12일 02시 50분


적자 탈출 길 안보여 한숨
하반기 전망도 먹구름
자산 매각 등 현금 확보 비상

해운업계가 물동량 감소와 낮은 운임, 환율하락(원화가치 상승)의 삼중고(三重苦)로 힘겨운 여름나기를 하고 있다. 올해 2분기(4∼6월) 전자 자동차 등 일부 업종은 기대 이상의 실적을 내는 등 글로벌 경기 침체 상황에서도 선전하고 있지만 해운업계의 경영성적표는 바닥없는 추락을 계속하고 있다.

1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현대상선은 2분기 매출액이 1조4326억 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22% 감소했다. 영업손실은 1465억 원, 당기순손실은 2683억 원으로 집계돼 1분기(1∼3월)에 이어 2분기 연속 적자를 냈다. 해운업계 1위 한진해운의 2분기 영업손실도 2870억 원에 이른다. 아직 실적을 발표하지 않은 STX팬오션과 대한해운 역시 적자가 불가피할 것으로 증권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해운업계의 실적 부진은 글로벌 경기침체에 따라 물동량이 감소한 가운데 낮은 운임과 환율 하락의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세계적인 대형 선사들이 물동량 감소로 지속적으로 운임을 내리면서 업계에서는 ‘출혈 운항’도 마다하지 않는 상황이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2분기 컨테이너 물동량이 직전 분기에 비해 소폭 증가했지만 운임이 추가로 하락하면서 손실폭이 커졌다”고 말했다. 특히 1분기 한때 달러당 1500원을 넘어섰던 원-달러 환율이 최근 1200원대 초반으로 떨어지면서 해운업계 수익성 악화를 부채질하고 있다.

해운업계에서는 올 하반기 업황도 좋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계절적으로 3분기(7∼9월)가 성수기여서 물동량이 다소 늘고 있지만 선박 역시 같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반기 시장에 나올 컨테이너선 선적용량이 올 상반기 공급된 물량보다 2배가량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시장 수요에 비해 컨테이너선 공급이 넘쳐나는 셈이다. 해운사들은 일부 노후선박을 해체하며 선박을 줄이고 있지만 해체 대상에 포함되는 25년 이상의 노후 선박은 전체 선박의 3.6%에 불과하다.

우울한 전망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내 해운사들은 회사채 발행과 자산 매각 등을 통해 현금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이 상반기에만 회사채 발행을 통해 각각 8000억 원을 조달했고 STX팬오션도 5500억 원의 회사채를 발행했다. 대한해운은 4월 선박 5척을 매각해 운영자금을 마련하기도 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회사채를 발행할 수 있는 해운사들은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라며 “대다수 해운사들은 회사채 발행, 선박펀드를 위한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해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다”고 전했다.

정효진 기자 wiseweb@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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