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우리투자-미래에셋, 홍콩-중국지역 전문인력 늘려
요즘 삼성증권 홍콩법인은 아주 분주하다. 리서치센터장으로 임명된 콜린 브래드베리 씨가 휴가에서 복귀하는 다음 주 초 리서치센터가 정식으로 문을 열기 때문이다. 빠르면 이달 중 센터장 명의의 보고서도 발표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삼성증권 홍콩법인은 몇 달 전부터 리서치 인력 선발, 사무실 구성, 보고서 발간 계획 수립 등으로 설립 이래 가장 바쁜 시간을 보냈다.
삼성증권 홀세일지원(해외사업지원)파트의 김범구 부장은 “글로벌 금융위기로 시장 여건이 혼란스러워 당초 계획보다 3개월 정도 설립 시기가 늦어졌다”며 “하지만 국제적인 투자은행(IB)으로 성장하려면 해외금융 중심지에 리서치 기능이 꼭 필요하다고 판단해 홍콩법인 리서치센터 구축 작업을 계속 추진했다”고 말했다.
메가톤급 금융위기가 몰아쳐 세계 경제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에서도 국내 주요 증권사들의 해외 리서치 역량 강화 움직임은 계속됐다.
11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삼성증권 우리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 등 해외에서 리서치센터를 운영 중인 증권사들은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전문 인력을 계속 보강했다. 삼성증권은 최근 홍콩법인 리서치센터에서 활동할 25명의 애널리스트 선정 작업을 거의 끝냈다. 전원 외국인으로 구성되며 이 중 상당수는 홍콩의 도이체은행, UBS증권, 리먼브러더스 등에서 활동했다.
2007년 7월부터 홍콩에서 리서치센터를 운영 중인 미래에셋증권은 1년 동안 20여 명의 리서치 인력을 충원했다. 약 80%가 외국인이며 역시 상당수는 크레디리요네, 씨티그룹 등의 홍콩과 미국 뉴욕본부에서 활동했다. 지난해 3월 중국 베이징에 리서치센터를 설립해 중국 본토 경제와 기업에 대한 특화된 조사기능을 강화하고 있는 우리투자증권도 지금까지 6명의 리서치 인력을 뽑았고 앞으로도 인력을 늘릴 방침이다.
국내 증권사들의 해외 리서치 강화 작업은 외국 기업과 시장에 대한 리서치를 통해 글로벌 금융사들과 경쟁하겠다는 의도가 담겨 있다. 증권사들은 해외 리서치센터가 국내 리서치센터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삼성증권은 앞으로 홍콩 리서치센터와 서울 리서치센터가 보고서를 공동 작성하고 인력도 교류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서울 리서치센터에서 애널리스트 2명을 홍콩에 파견하기로 했다. 미래에셋증권도 해외 리서치 인력이 국내 인력을 ‘글로벌 도제식’으로 교육하고 있다.
그러나 증권업계에서는 국내 증권사들의 해외 리서치센터가 제대로 자리매김하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리고 어려움도 많을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외국의 기관투자가들이 글로벌 금융사들보다 ‘브랜드가 낮은’ 국내 증권사들의 리서치를 인정하는 데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것. 해외 리서치센터의 보고서가 해외 기관투자가들에게 외면받고 ‘국내용’으로 전락하면 리서치센터 설립 취지 자체가 무색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편 한국투자증권은 한국보다 금융업 수준이 떨어지지만 발전 가능성이 높은 베트남에 리서치 기능을 육성할 계획이다.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은 “베트남은 경제구조, 지정학적 여건 등을 감안할 때 증시의 발전 가능성이 높다”며 “현지 증권사를 인수해 리서치센터를 집중 육성하면 장기적으로 베트남 증시와 기업들이 성장할 때 주도권을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