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 기준으로 36위 저축은행인 제주 으뜸상호저축은행이 부실금융회사로 지정돼 영업정지 처분을 받았다. 이뿐 아니라 금융감독 당국으로부터 경영개선 권고를 받을 수 있을 정도로 부실한 저축은행이 8곳인 것으로 나타나 저축은행의 구조조정이 본격화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11일 임시회의를 열어 으뜸상호저축은행에 신규 여수신 업무를 중단하고 기존 임원을 대신하는 관리인을 선임토록 했다고 밝혔다.
올 들어 저축은행 가운데 처음으로 영업정지 처분을 받은 으뜸상호저축은행의 올해 3월 말 기준 자기자본금은 ―668억 원으로 자본 완전 잠식 상태였다. 이는 으뜸상호저축은행이 자기자본의 20%가 넘는 금액을 한 명에게 빌려줄 수 없도록 한 규정을 어기고 과도하게 빌려준 여신이 500억 원에 이르는 등 무리한 대출이 많았기 때문이다.
이런 불법 대출로 이 저축은행의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은 3월 말 현재 ―13.93%까지 떨어졌다. 금감원이 경영개선을 권고하는 BIS비율 기준치가 5%라는 점을 감안하면 건전성이 회복되기 힘든 수준으로 급락한 상태였다.
으뜸상호저축은행에 예금을 맡긴 3만7086명 중 95.5%는 예금액이 5000만 원 이하여서 예금자보호법에 따라 원리금을 보장받을 수 있다. 예금보험공사는 으뜸상호저축은행에 대한 실사가 진행되는 향후 2주 동안은 500만∼1000만 원 한도로 예금액의 일부만 돌려주고 나머지 원리금은 실사가 끝난 뒤 돌려주기로 했다. 대출을 받은 개인이나 기업은 만기 도래 어음과 대출금의 만기를 연장할 수 있다.
저축은행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BIS비율이 5%에 못 미치는 저축은행은 8곳에 이른다. 이 중 일부는 ‘경영개선 권고’보다 강한 ‘경영개선 요구’ 조치를 받을 수 있을 정도로 자본이 충분치 못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경기침체 여파로 저축은행들의 수익성과 자산 건전성이 크게 악화됐기 때문이다. 2008 회계연도(2008년 7월∼2009년 6월)에 국내 106개 저축은행의 당기순이익은 모두 725억 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80.8% 줄었다. 연체율도 6월 말 현재 15.8%로 작년 6월 말보다 1.8%포인트 상승했다. 부실채권 비율은 장기 연체채권이 늘면서 6월 말 9.8%로 1년 전보다 0.5%포인트 올랐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상호저축은행중앙회 홈페이지에서 개별 저축은행의 경영 상태를 조회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저축은행에 대한 선제적인 구조조정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예금 인출사태가 벌어져 시장이 불안해질 수 있음을 우려하고 있다. 정찬우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부실 금융회사 지정을 통해 경영권 프리미엄의 거품을 빼면 민간에서 인수합병(M&A)이 더 활성화돼 구조조정 효과가 자연스럽게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