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핑은 여성’ 통념 깨고 우수고객 톱5에 남성이 2명
자기관리 위해 아낌없는 투자… 한달 20번 ‘클릭’도
미혼 남성 김모 씨(28)는 올 들어 6개월간 인터넷 쇼핑몰 한 곳에서만 850만 원을 넘게 썼다. 김 씨는 주로 액세서리나 의류, 화장품 등을 살 때 온라인 몰을 찾는다. 올 초에 450만 원짜리 순금 체인 목걸이를 구입하는 등 액세서리에만 700만 원이 넘는 돈을 쏟아 부었다. 50만 원짜리 고급 가방도 그의 쇼핑 리스트에 들어 있다. 자기 투자에 과감한 김 씨는 피부 관리를 위해 마스크팩 등 화장품도 수시로 사들인다. 김 씨는 온라인 쇼핑몰의 ‘큰손’이다.
김 씨 같은 큰손들이 온라인 쇼핑몰의 급성장을 주도하고 있다. 최근 온라인쇼핑몰의 급성장세 배경에는 김 씨와 같은 ‘초식남(草食男)’이 있다. 초식남이란 남성적인 ‘육식남’의 반대 개념으로, 결혼과 연애에는 관심이 없고 개인 생활과 자기 관리에 열심인 젊은 남성을 가리킨다. 업계 전문가들은 “온라인 몰에서는 상위 0.5% 큰손 고객이 총 매출의 30%를 차지한다”고 분석했다. 온라인에서 큰손으로 불리는 고객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온라인 쇼핑몰 디앤샵을 통해 올 상반기(1∼6월) 우수 고객 ‘톱5’를 뽑아봤다. 상업성이 보이는 거래는 배제하고 순수한 개인 고객을 대상으로 했다. 그 결과 큰손 5명 안에는 여성 3명과 남성 2명이 들었다. 연령별로는 20대가 3명, 40대와 50대가 한 명씩이었다.
주목되는 점은 20대 남성의 부상이다. 특히 자기 관리에 아낌없는 ‘싱글남’이 온라인 몰의 큰손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 쇼핑몰의 우수고객 2위로 꼽힌 인천의 이모 씨(24)는 올 상반기에만 1922만여 원을 썼다. 이 씨가 6개월 동안 결제 창을 클릭한 횟수는 모두 123번. 한 달 평균 20번꼴로 인터넷 쇼핑을 즐긴 셈이다. 이 씨는 카메라와 MP3 등 디지털 기기를 사는 데 1000만 원을 넘게 썼다. 또 매월 지갑과 의류, 화장품 등도 빼놓지 않고 구입했다. 음반과 책도 인터넷을 통해 사는 등 일상에 필요한 쇼핑을 주로 온라인에서 해결했다.
정은실 디앤샵 마케팅본부 팀장은 “10년 전만 해도 젊은 여성 고객이 많았지만 최근에는 중년 남성까지 고객층이 확대되고 있다”며 “특히 온라인에서 각종 생활용품은 물론 먹을거리까지 해결하는 싱글남과 자기 관리에 철저한 초식남의 등장이 두드러진다”고 전했다.
이 쇼핑몰의 개인매출 1위는 40대 여성이 차지했다. 6개월간 3740만 원어치를 구입한 경기 성남시의 신모 씨(41)다. 신 씨는 50인치 TV, 청소기, 카메라 등 주로 가전제품을 구입하기 위해 온라인 쇼핑몰을 찾았다. 3위를 차지한 57세 기혼여성 역시 주로 컴퓨터와 노트북 등 정보기술(IT) 기기를 사는 데 1790여만 원을 썼다. “주부들이 큰 돈을 쓸 때는 가족이나 자녀를 위해 지갑을 여는 게 보통”이라고 쇼핑몰 측은 전했다. 4위는 20대 직장 여성 배모 씨(26)로 1181만 원어치를 샀다. 20대 여성답게 의류 구입비만 1000만 원이 넘었다. 배 씨가 6개월 동안 주문한 옷가지는 모두 100여 벌. 이틀에 한 번꼴로 10여만 원짜리 옷을 구입했다.
이처럼 통 큰 고객이 늘면서 인터넷 쇼핑몰이 매년 두 자릿수 성장세를 지속하며 백화점 업계와 맞먹는 규모로 팽창하고 있다. 신세계 유통산업연구소에 따르면, 인터넷 쇼핑몰은 지난해 17조9000억 원대에 이어 올해는 19조9000억 원대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전망된다.
강혜승 기자 fined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