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7일의 공장 점거 파업사태를 겪은 쌍용자동차가 다음 달 노조 새 집행부 선거를 앞둔 가운데 직원들을 중심으로 민주노총 탈퇴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쌍용차 관계자는 11일 “구속 중인 한상균 지부장을 비롯해 현 집행부의 임기가 다음 달로 끝남에 따라 조만간 새 집행부 선거가 있을 예정”이라며 “집행부 선거 단계에서부터 ‘민주노총 탈퇴’가 공약으로 등장할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날 쌍용차 직원들의 인터넷 카페인 ‘쌍용차 정상화를 위한 모임’에는 민주노총 탈퇴를 요구하는 게시물이 수십 건 올라와 있다. 댓글도 찬성이 압도적으로 많다. ID ‘lswlyk’를 쓰는 한 직원은 “지금 우리에게는 생존을 위한 강력한 의지 표명이 필요하다”며 “그러기 위해서는 가장 우선시돼야 할 것이 민주노총 탈퇴다. 민주노총 탈퇴만 이뤄지면 정부도 고객도 우리 쌍용차를 다른 눈으로 볼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게시판에는 ‘아예 노조를 없애고 직원협의체 체제로 계속 가자’는 의견도 여러 건 올라오고 있다. 쌍용차 직원들은 올해 파업 사태가 벌어지면서 노조와 구분되는 직원협의체를 만들어 의견을 모아 왔다. 일부 직원은 파업 기간에 “강성 지도부와 금속노조에 돈을 내는 게 아깝다”며 급여에서 공제되는 조합비를 내지 말자는 운동을 추진하기도 했다. 다만 쌍용차 직원들의 급여 자체가 4월 이후 지급이 안 돼 실제 조합비 납부 거부가 이뤄지지는 않았다.
쌍용차 관계자는 “파업 기간 민주노총에 대한 직원들의 반감이 극에 이르렀다”며 “민주노총이 와서 도와준 것은 하나도 없고 훼방만 놓지 않았느냐. 직원들의 표를 받으려면 민주노총 탈퇴를 공약으로 내걸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쌍용차에서 ‘민주노총 탈퇴 논의’가 어떤 식으로 구체화될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예년 같으면 선거관리위원회가 이미 꾸려져 있어야 하지만, 파업과 노조간부들의 구속으로 선거일정이 전혀 진행되지 못했다. 선거자체가 다소 늦춰질 수도 있다. 금속노조가 기업지부를 없애고 지역지부 체제로 조직을 재편하기로 한 점도 쌍용차의 새 노조 집행부 선거 일정을 정하는 데 변수가 될 수 있다.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경찰 “금속노조外 외부세력 있다”
좌파단체 개입 본격수사
64명 구속… 54명 추가 조사▼
쌍용자동차 평택공장을 불법 점거했던 쌍용차노조 한상균 지부장 등 38명이 11일 구속된 가운데 검찰과 경찰이 파업을 배후지원한 ‘외부세력’ 수사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쌍용차 사태를 수사 중인 수원지검 관계자는 이날 “지금까지는 급한 불을 끈 셈이고 앞으로는 외부세력에 대한 수사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일단 외부세력의 윤곽을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대학생이나 상급단체인 금속노조보다는 다른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고 말해 일부 좌파단체들의 개입 여부에 주목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이에 앞서 대검찰청은 9일 외부세력이 이번 쌍용차 불법 점거파업의 ‘컨트롤타워’ 기능을 했다며 일부 구속자의 불법 시위 및 좌파단체 활동 전력을 밝힌 바 있다. 검찰은 외부세력에 대한 단서를 일부 확보해 사실 확인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지방경찰청도 이미 구속 또는 불구속 입건된 노조원 및 외부세력 외에 추가로 54명을 조사 중이라고 이날 발표했다. 대상자는 쌍용차 노조원 41명과 외부세력 13명이다. 이들은 불법 점거파업을 벌이며 경찰과 사측에 새총을 발사하는 등 폭력을 휘두르고 회사 업무를 방해한 혐의다. 이 중 노조원 정모 씨(37)와 외부인 서모 씨(37) 등 2명에 대해서는 지난달 중순 체포영장이 발부됐다. 나머지 52명도 경찰이 출석요구를 한 상태다.
이와는 별도로 노조원이나 시위대와 충돌한 사측 직원 16명에 대해서도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이다.
쌍용차 사태와 관련해 지금까지 노조원 303명과 외부인 322명 등 625명이 검거됐다. 이 가운데 노조원 53명과 외부인 11명 등 64명이 구속됐다. 경찰은 추가 수사 대상자 외에 불구속 입건 또는 단순가담자로 귀가 조치된 561명에 대해서도 재소환해 조사할 방침이다. 앞으로 검찰과 경찰의 수사 결과에 따라 구속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수원=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