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랏돈으로 위기넘긴 기아車 ‘배부른 파업’

  • 입력 2009년 8월 12일 02시 50분


“임금 올려라” 일손 놓더니… “휴가 가자” 일손 놓고… 돌아오니 또 “일손 놓자”
주야 4시간씩 부분파업

기아자동차 노조가 여름휴가를 마치자마자 다시 부분 파업에 들어가 빈축을 사고 있다. 지난달 27일 부분 파업에 들어간 기아차 노조는 이달 들어 여름휴가를 위해 파업을 중단했다가 재개한 것이다.

11일 기아차에 따르면 이 회사 노조는 3∼7일 여름휴가와 앞뒤로 주말 이틀씩 모두 9일을 쉰 뒤 업무 복귀 첫날인 10일 쟁의대책위원회를 열고 부분 파업 돌입을 결정했다. 이에 따라 기아차 노조는 11일 오전 모든 공장에서 주·야간 4시간씩 모두 8시간 동안 부분 파업을 벌였으며, 31일까지 임금협상 상황에 따라 시간을 조절해 가며 부분 파업을 이어가기로 했다. 기아차 노조는 여름휴가 전에 6월부터 지난달 말까지 전면 파업 한 차례, 부분 파업을 6차례 벌였다.

회사 측은 지난달 말까지 파업으로 인한 생산 차질 대수는 2만1000여 대, 매출 손실은 약 3700억 원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지난달 23일 전면 파업에 들어갔을 때는 전국 출하장과 서비스센터의 업무도 중단돼 이날 고객에게 인도할 예정이던 1000여 대의 차량이 출고되지 않았고, 차량 정비 1500여 건도 이뤄지지 않아 불만의 목소리가 높았다.

기아차 노조는 기본급 5.5% 인상과 주간연속 2교대제, 월급제 시행 등을 요구하고 있으나, 회사 측은 기본급을 동결하되 생계비 부족분과 격려금을 지원하는 방안을 제시하며 맞서고 있다. 기아차 노조는 1991년부터 올해까지 19년 연속 파업을 벌였다.

노조 측은 지난달 기자회견에서 “회사는 올해 상반기 2000억 원이 넘는 영업이익이 발생했다”며 “수천억 원의 영업이익에도 불구하고 임금 동결을 요구하는 ‘개악(改惡) 안’을 철회하고 성실한 교섭을 촉구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올해 상반기 정부의 자동차업계 지원책 덕분으로 경영실적이 좋아졌음에도 노조가 임금인상 등을 요구하며 파업을 벌이는 행태에 대해 업계 안팎의 시선이 곱지 않다. 노후 차 교체 시 세금 감면 등 정부의 지원 정책이 없었다면 그 같은 실적을 내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국민이 도와줘서 이룬 실적에 대해 노조가 보상을 요구할 것이 아니라 친환경차 개발 등에 쓰자는 제안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자동차업계 지원책을 발표할 때 노사관계 선진화를 전제 조건으로 내걸었던 만큼 “약속 위반이니 정부 지원을 취소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일각에서 나온다.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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